중소기업 대표 조해상이 전 청와대 수석 김재원 꺾었다

이종세 2021. 1. 1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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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협회, 경기단체 회장 선거 최대 이변
정의선 양궁, 최태원 핸드볼, 정몽규 축구회장은 순항
‘맷값 폭행’ 최철원 아이스하키회장 인준 못 받을 듯
삼성은 또 육상연맹회장 후보에 은퇴 앞둔 임원 지명

[MK스포츠] 지난해 11월 20일 빙상연맹 회장 선거를 필두로 막오른 대한체육회 가맹 68개 경기단체 회장 선거가 막바지를 향하고 있는 가운데 14일 오전 현재 42개 단체의 회장이 확정됐다. 양궁의 정의선(51) 회장이 5연임에 성공했고 핸드볼의 최태원(61), 축구의 정몽규(59) 회장이 세 번째 회장에 당선됐다.

이들은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경기단체 회장은 1회만 연임할 수 있다는 규정에도 불구, 대한체육회의 특별심사를 거쳐 ‘예외’를 인정받았다. 정의선 회장은 2016 리우올림픽에서 한국이 이룩한 양궁 전 종목 석권의 신화를 썼고 최태원 회장과 정몽규 회장과도 해당 종목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기단체 회장 선거 최대이변은 대한레슬링협회에서 나왔다. 무명의 가금류 육가공업체 조해상(56) 대표가 전 미래통합당의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김재원(57)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꺾고 제36대 회장에 당선돼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 아울러 지난달 17일 대한아이스하키 회장 선거에서 ‘맷값 폭행’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최철원(52) M&M대표가 당선돼 이의 인준 여부를 놓고 대한체육회의 고민이 크다.

조해상 제36대 대한레슬링협회장 당선인, 정의선 제13대 대한양궁협회장 당선인, 최태원 제27대 대한핸드볼협회장 당선인, 정몽규 제54대 대한축구협회장 당선인(왼쪽부터)
행시 사시 붙은 3선 의원 출신 김재원의 수모

지난 11일 서울 올림픽테니스 경기장 회의실에서 열린 대한레슬링협회 회장 선거는 현 집행부가 추천한 김재원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분위기였다. 경북 의성 출신으로 심인고와 서울법대를 나와 행정고시와 사법고시를 모두 통과, 수재로 불렸던 김 후보는 고향에서 세 번이나 국회의원에 당선돼 국회 예결위원장을 역임했고 박근혜 정부시절 정무수석으로 청와대와 국회의 가교역할을 매끈하게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이에 반해 조해상 후보는 강원도 인제에서 닭, 오리 등 가금류를 가공 처리하는 종업원 60명의 중소기업 ‘해마로’의 대표로서 김재원 후보와의 경쟁이 버거운 상황. 다만 경남 창녕 출신인 조후보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인 안한봉(53) 삼성 레슬링팀 감독과 절친한 관계로 2016년 리우올림픽 당시 레슬링대표팀에 조건 없이 2억 원을 쾌척했던 인연이 있었다.

무명의 식품업체 대표 조해상 13표차 승리

그러나 조후보는 이날 선거에서 총투표수 143표(기권 3, 무효1) 가운데 76표를 얻어 63표에 그친 김후보를 13표 차로 제치고 당선됐다. 레슬링인들은 선거 결과를 놓고 “김재원 후보가 방심한 사이 조해상 후보가 선거 공약으로 매년 협회에 5억 원의 후원금 지원 등 각종 ‘당근’을 제시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투표에 참가한 레슬링 선거인단은 “올림픽에서 최초의 금메달(양정모)을 따내는 등 효자종목으로 주목받던 레슬링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에 단 1명의 선수도 출전 티켓을 따내지 못한 현 집행부의 무능을 심판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전해섭(69) 전 한국체대 교수는 “김재원 후보가 2년 뒤 국회의원에 당선될 경우 규정에 따라 경기단체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하는데 선거인단이 또 다시 선거를 해야하는 우려도 감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스하키협회는 폭력전과자에게 75% 지지표

한편 대한체육회는 지난달 제24대 아이스하키협회 회장 선거에서 유효표 82표 중 75%인 62표를 얻어 당선된 최철원 당선인의 인준 요청 처리 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최 당선인은 2010년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1인시위를 벌인 소속 회사 화물차량 기사를 사무실로 불러 야구방망이로 폭행한 뒤 ‘맷값’ 명목으로 2천만 원을 건넨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2015년 유아인이 최 당선인의 역을 맡아 출연한 영화 ‘베테랑’의 소재가 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대한체육회는 ‘사회적 물의를 빚은 사람은 경기단체 임원이 될 수 없다“는 정관 26조에 따라 최 당선인의 회장 승인 요청을 반려할 계획이나 이 경우 아이스하키협회와의 소송에 휘말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이 육상연맹 맡은 24년간 올림픽 ‘노메달’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 선거는 15일 열린다. 1997년부터 육상연맹을 맡아온 삼성그룹은 그동안 이대원 신필렬 오동진 배호원 등 삼성그룹에서 은퇴했거나 은퇴 예정인 임원을 내려보내 한국 육상이 활력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한육상연맹은 1996년 이봉주가 마라톤 은메달을 따낸 이후 24년 넘게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으며 2019년 아시아 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노메달의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종세(전 동아일보 체육부장·용인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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