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김재형 애니메이터 "의사 그만두고 픽사 들어간 이유요?" [인터뷰]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2021. 1. 1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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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애니메이션 ‘소울’을 그린 디즈니 픽사 김재형 애니메이터,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의 특징은 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즐길 수 있는 콘탠츠라는 점이다. 그만큼 전세대를 아우르는 소재와 깊이 있는 메시지,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자연스러운 그림체 등이 지금까지도 사랑받을 수 있는 비결이다.

애니메이션 ‘소울’(감독 피트 닥터)도 그렇다. 중년의 재즈 뮤지션 조 가드너(목소리 제이미폭스)가 ‘태어나기 전 세상’과 이승, 그리고 저승이란 세 공간을 겪으면서 삶과 행복, 죽음에 대한 고찰이 유머러스하게 담겨 있다.

‘소울’이 세상으로 나오기까진 픽사 김재형 애니메이터의 노력도 숨어 있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을 실제 배우처럼 연기하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몬스터 주식회사’ ‘인사이드아웃’ 등에 이어 ‘소울’에서도 조 가드너의 피아노 연주 등 다양한 장면들을 피트 닥터 감독과 완성해냈다.

‘소울’ 한 장면.


“감독이 원하는 캐릭터의 배경, 성격 등이 분명히 정해져 있거든요. 거기에 최대한 맞춰서 입모양, 얼굴 표정, 움직임에 잘 어울릴 수 있게 만들어내려고 노력해요. 이후 살을 점점 더 붙여서 그럴 듯한 캐릭터를 만들게 되고요.”

연세대 의대 출신으로 의사로 근무하기도 했지만, 결국 꿈을 위해 병원을 뛰쳐나왔다. 2003년 미국 아카데미 오브 아트 칼리지에서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다시 전공하고 2006년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인턴으로 처음 일을 시작했다. 누구나 마음 먹는다고 할 수 있는 일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최근 ‘스포츠경향’에 털어놓은 그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의대를 졸업 후 병원에서 일하는 건 정해진 수순이라 대부분 그 길을 가죠. 당시엔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생각이 없었어요. 시험을 잘 보면 대개 그런 과를 선택하게 되는데, 저도 주위의 바람대로 의대를 갔죠. 하지만 공부를 하면서 일에 대한 열의가 점점 줄어들더라고요. 결과도 만족스럽지 않아 한참 생각하다가 오랫동안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자 싶어 병원을 그만뒀어요. 그리곤 애니메이터가 됐죠.”


용감하게 뛰어들었지만 쉽게 애니메이터가 된 건 아니었다.

“아무리 좋아서 시작했다고 해도 누구나 다 비슷했을 거예요. 저 역시 원하는 직장에서 연락이 오지 않아 힘들디고 했고, 작업하면서 결과가 원치 않게 나와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죠. 그럼에도 돌이켜보면 애니메이터가 되기로 한 그날부터 지금까지 평균적으로 즐거웠어요. 후회하지 않고요. 앞으로도 비슷할 것 같아요. 무조건 기쁘고 매일 좋을 수만은 없지만 즐거운 일을 하는 건 분명하니까요.”

디즈니·픽사는 ‘창작’을 위해 모인 집단인 터라 소통과 취합도 매우 자유롭다. 그는 이를 두고 수평적이지만 업무효율성을 두고 봤을 땐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많은 이의 의견을 듣고 취합하는 과정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어느 정도 비슷한 생각과 수준의 사람들이 모인 터라 다들 책임질 수 있는 의견을 내놓아요. 허투루 듣지 않고 취합하면서 밸런스 있게 맞추는 건 감독의 몫이고요. 예를 들어 ‘소울’에서 조 가드너가 병원에 입원한 장면에서 제가 의사였던 경험을 빌어 실제와 맞지 않는 요소를 리스트로 만들었는데, 피트 닥터 감독이 그에 대해 또 궁금한 걸 다시 물어보며 취합하는 과정으로 완성본을 만들었죠.”


극 중 ‘정규직 교사’란 제안 대신 재즈 밴드 피아니스트를 택한 조가 공연 직전 급작스럽게 죽은 뒤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영혼 ‘22’를 만나 진짜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무겁지만 지금 이 시대 ‘힐링’이 된다는 평가엔 다행이라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원래 시나리오는 더 어두웠어요. 조금씩 스토리가 수정되면서 더 단순하고 명료하게 보여주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나네요. 조 가드너는 40대 중반 남자고 직장이 있으면서도 자신의 꿈을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인데, 아마도 피트 닥터 감독의 인생이 많이 투영된 것 같아요. 우연히 영화를 시작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아카데미 상까지 탔지만, 이후 생각해보니 ‘가족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하더라고요. 영화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희생하면서 작업하는 게 가족보다 더 중요할까 비교하니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중요했다고요. 그래서 한번씩 쉬어가는 것도 괜찮다는 희망을 주는 방향으로 완성본이 만들어졌습니다.”

‘소울’은 오는 20일 전국 극장가서 개봉한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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