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또 기계에 끼여 숨진 노동자..유가족 기억하는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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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월 13일)은, 사흘 전 금호티앤엘에서 석탄 운송 장치를 점검하다가 숨진 정 모 씨 발인 날입니다.
"금호티앤엘 직원 : 정○○ 씨가 오늘 현장에 작업을 좀 하다가 다쳤는데 그 지금 여천 전남병원으로 가고 있거든요. 정 씨 어머니: 예? 예? 예? 어딜 다쳤어요? 금호티앤엘 직원 : 아 다리랑 좀 다쳤는데. 어머니 지금 이제 회사에서 출발하거든요." - 사고 당일 정 씨 어머니와 금호티앤엘 직원 통화 녹음 - 다리를 좀 다쳤다던 아들을 병원에서 만났을 때, 아들은 이미 숨을 거둔 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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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월 13일)은, 사흘 전 금호티앤엘에서 석탄 운송 장치를 점검하다가 숨진 정 모 씨 발인 날입니다. 동시에 그의 서른세 번째 생일입니다. 유가족들은 케이크에 33이라고 적혀 있는 숫자 초를 꽂아 그의 빈소 앞에 뒀지만, 차마 초에 불을 붙이진 못했습니다. 유가족이 기억하는 정 씨 이야기를 대신 기록했습니다.
사고 당일, 정 씨 어머니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정 씨 어머니: 예? 예? 예? 어딜 다쳤어요?
금호티앤엘 직원 : 아 다리랑 좀 다쳤는데. 어머니 지금 이제 회사에서 출발하거든요."
다리를 좀 다쳤다던 아들을 병원에서 만났을 때, 아들은 이미 숨을 거둔 뒤였습니다.
일요일이었던 사고 당일, 저녁 6시 반 집을 떠나던 아들에게 주말인데 출근하느냐고 묻자 아들은 짧게, 어쩔 수 없다고만 대답했습니다.
유난히도 힘든 내색을 안 했던 아들.
정 씨 부모님은 아들 일터가 어떤지, 사고 이후에야 알 수 있었습니다.
석탄 가루가 흩날리는 계단을 한참 내려가고 나서야 나온 작업장. 키 182cm 아들은, 가로 90cm, 세로 90cm밖에 안 되는 석탄 운송 장치 안으로 들어가 허리를 숙이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아예 누워서 작업했습니다. 좁고 밀폐돼 숨조차 쉬기 어려운 곳에서 기계 안에 있는 부품을 살피거나 교체해온 겁니다.
"이 사건이 비단 우리 아들내미 혼자뿐 아니라 2년 전에도 꼭 같은 일이 생겼어. 그러면 뭔가 개선이 되는 게 있어야 될 것 아닌가. 내 아들은 이랬지만,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원래 하청업체 이런 사고가 생기면 본사에선 뭐, 묻어요? 원래 이렇게 묻어 버리는 겁니까? 참 가슴 아픈 일입니다. 그 사람들은 일 시켜놓고. 오더 내려놓고 일해주니까 그것만 받는 거야. 환경이 어떻든. 갑질이지."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 아들 이야기를 털어놓은 이유는 단 한 가지. 다신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바람 때문이었습니다. 내년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 시행됩니다. 시행된다 하더라도 기업의 진정성 있는 태도와 열악한 노동환경의 개선 없인 정 씨 부모님의 바람이 이뤄지지 못할지 모릅니다.
한소희 기자h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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