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컷] "찍으라고 입은 거 아닌데" 레깅스 판결 또 뒤집힌 이유
(서울=연합뉴스) 신축성과 보온성이 좋아 운동복으로 사랑받는 레깅스.
레깅스를 일상복으로 즐겨 입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몸에 밀착돼 보기 민망하다는 이들도 있는데요.
최근 '레깅스 몰카도 성범죄'란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다시금 레깅스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2018년 버스에서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뒷모습을 8초간 몰래 촬영한 A씨.
이후 성폭력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재판을 받은 A씨는 1심에서 유죄, 2심에선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요.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신체 노출 부위가 적었고, 일상복과 다름없는 레깅스를 입었다는 이유로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6일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는데요.
재판부는 신체가 노출된 경우가 아니더라도 의상이 몸에 밀착돼 굴곡이 드러난 신체 부위를 공개 장소에서 몰래 촬영한 것을 성범죄로 봤습니다.
2심 판결이 알려졌을 때부터 '레깅스를 몰래 찍은 것이 성범죄가 될 수 있는지' 논란이 일었는데요.
최근 대법원 판결을 두고도 의견이 갈렸습니다.
일부 누리꾼은 "레깅스가 일상복이면 촬영한 게 왜 성범죄냐"란 반응을 보였고, 다른 편에선 "입는 건 자유지만 찍는 건 자유가 아니다"란 견해를 나타냈는데요.
이는 사람마다 레깅스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고등학생 김모(17) 군은 "운동복이니까 일상에서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일부 과한 옷차림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때가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평소 레깅스를 즐겨 입는 대학생 이모(21) 씨는 "트레이닝복을 일상의 편한 옷으로 입고 다니는 것처럼 레깅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는데요.
그러나 논란에 앞서 피해자 의상보다 '불법 촬영'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직장인 박모(30) 씨는 "레깅스보다 불법 촬영 문제로 봐야 한다"며 "내가 뭘 입든 내 신체를 보려는 목적으로 촬영하면 성범죄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이번 대법원 판결은 '성적 수치심'에 대한 해석도 달랐는데요.
피해자가 경찰 조사에서 "기분이 더럽다"고 진술한 것을 성적 수치심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2심보다 성적 수치심의 범위를 넓게 봤습니다.
재판부는 성적 수치심엔 여러 감정이 포함될 수 있어 피해자가 느낀 분노와 공포, 모욕감 등 다양한 감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는데요.
김보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책임연구원은 "성적 수치심을 광의의 의미로 해석한 판례"라며 "다양한 감정의 추이들, 피해자 처지와 관점을 고려해 수치심을 판단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대법원 판결이 '성적 자유'의 의미를 확대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지난 2019년 대법원은 심신미약자추행 사건 판결문을 통해 '성적 자유'가 '원치 않는 성행위를 하지 않을 자유'를 말한다고 판시했는데요.
이번 판결문에선 처음으로 성적 자유를 '자기 의사에 반해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로 명시한 것이죠.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와 관련해 성적 자유의 내용은 2008년 정도에 간단히 언급됐고 그 이전엔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며 "이번 판결을 통해 촬영물을 이용한 성폭력에 대해서도 성적 자유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내용이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다만 이런 의미에도 향후 재판부별 해석의 다툼을 피하려면 법 조항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서 대표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라고 명시된 부분이 앞으로 바꿔나가야 할 과제"라며 "법률 자체에서 성적 욕망,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를 기준으로 죄의 유무를 판단하지 않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은정 기자 성윤지 한명현 인턴기자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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