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되나요] 수사권 주면 잘하겠다더니..첫해부터 위기 맞은 경찰
(서울=연합뉴스) 지난달 18일 광주의 한 금은방에서 벌어진 귀금속 절도 사건.
범행 20일 만에 검거된 도둑의 정체는 바로 현직 경찰관이었습니다.
한 지구대 소속인 임모 경위는 금품을 훔친 뒤 차량 번호판을 가리고, 폐쇄회로(CC)TV 감시가 느슨한 곳으로 이동하는 등 수사망을 교묘하게 피해 다녔는데요.
금은방·금고털이에 토막살인까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벌어지는 경찰의 강력 범죄는 전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직업 특성상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철저하게 은폐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는데요.
여기에 본연의 업무에 소홀하다는 지적까지 더해지면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건은 지난해 말 불거진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의혹.
경찰은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죄 대신 형법상 폭행죄를 적용,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석연치 않게 내사를 끝내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죠.
'정인이 사건' 역시 경찰이 수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지난 4일 관할 경찰서장과 담당 경찰관을 파면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게시 하루 만에 20만 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는데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나 관련 소식을 다룬 기사에는 경찰을 강하게 성토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불과 며칠 전 신년사를 통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당부하던 김창룡 경찰청장은 결국 고개를 숙였는데요.
일련의 사태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위상과 권한이 수직상승한 것과 오버랩되면서 그에 걸맞은 역량을 갖췄는지 의구심을 낳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된 경찰.
하지만 현직 경찰의 금은방 절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도박 사실을 알고도 숨겨주려한 정황이 드러나 수사 종결권으로 '제 식구 감싸기'부터 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나왔던 우려의 목소리가 현실이 된 셈인데요.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처음에는 피의자가 도박 관련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며 "이후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해 인터넷 도박을 한 정황을 확인하고 광주청 사이버수사대로 이관, 계속 수사하고 있기 때문에 덮고 넘어가려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경찰의 역량이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사건이 잇따르자 일각에서는 정작 시급한 것은 '경찰 개혁'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경찰 조직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제도가 바뀌었지만 검찰의 수사 지휘가 사라진 빈자리를 메울 만큼 내부 관리·감독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합니다.
서울 양천경찰서장을 지낸 박상융 변호사는 "경찰은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에 출동해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하는 상급자 역할이 작동하지 않아 부실 수사 논란이 불거진 것"이라며 짚었는데요.
고도의 법리적 판단이 요구되는 사건의 경우 일선 경찰이 한계를 갖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백기종 전 수서경찰서 강력팀장은 "경찰이 막연하게 관행적으로 법리 적용을 한 것이 문제"라며 "이제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된 만큼 법률을 적확하게 적용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일 년에 약 20명씩 변시 출신을 특채하고 있는데 이들을 각 경찰서에 배치해 법률적 문제를 검토, 보완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는데요.
내실 있는 교육을 통해 '수사 전문가'로서 전문성을 먼저 갖춰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임준태 교수는 "범죄 유형이 다양해지고 수많은 특별법이 제정되고 있기 때문에 이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한 번에 2∼3주씩 교육을 자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학대예방경찰관(APO) 1명이 담당하고 있는 아동이 6천321명일 만큼 과중한 업무에 비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
현장 중심으로 인원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데요.
박상융 변호사는 "젊고 유능한 인재는 현장을 기피하고 다 본청이나 지방청에 가 있다"며 "전담 부서를 만든답시고 지구대 등에서 일하는 인력을 떼어와 지시하고 보고받는 기능만 보강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76년 만에 숙원사업을 이룸과 동시에 성난 민심 앞에 서게 된 경찰.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바짝 끈을 조여야 하지 않을까요.
김지선 기자 이주형 인턴기자 최지항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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