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쉼터 빼앗긴 노숙인들 "한파에 술이라도 마셔야"
코로나19(COVID-19) 확산에 따른 시설 이용 제한으로 노숙인들은 거리에 나와야 했다. 일부 노숙인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는 일이 생기자 여러 시설이 인원을 제한해야 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추운 밤이면 순찰을 돌며 이들에게 방한용품을 나눠주는 등 당장 시행 가능한 보호 대책을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정책 보완이 함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2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만난 노숙인들은 겨울철 몸 녹일 곳을 찾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역 인근 희망지원센터는 원래 입장 인원 제한이 없었으나 지난달 20일 한 노숙인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뒤 낮 시간에 15명까지만 입장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취침 가능 인원도 49명에서 35명으로 줄였다.
이모씨(69)는 "밤에는 역 앞 지하도가 꽉 차 밖에서 잘 수밖에 없다"며 "집합 제한 때문에 시설들이 문 닫아 갈 곳이 없어 지하도에 몰린다"고 말했다. 이 시간 서울역 광장에는 30명 정도 노숙인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외환위기 때도 노숙 생활 했다는 권명훈씨(50)는 "추위가 심하지만 낮에도 밤에도 몸녹일 곳 찾기가 힘들다"며 "이런 추위에는 아무도 모르게 누군가 객사하기도 하는데, 지난달에도 한 분이 서울역 버스정류장에서 돌아가셨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실제로 찾아간 서울역 인근 민간·공공 노숙인 생활 지원 센터는 한산했다. 희망지원센터 앞에서는 방역 차원에서 입장 인원을 제한한다는 안내문을 볼 수 있었다. 센터 안에도 노숙인 10여명만이 거리를 두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곳을 자주 가던 남씨는 "센터가 꽉 차면 나머지 사람들은 밖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확산 방지 차원에서 샤워장도 닫아 위생 문제나 생활 불편도 커졌다. 이씨는 "샤워실 폐쇄 이후 거의 씻지 못했다"면서 "화장실 세면대에서 등목하는 식으로 씻고 있다"고 했다.
민간 노숙인 휴게 공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노숙인들이 주로 찾는 드림씨티 센터는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아야지만 수 있다. 이곳은 최근 실내 휴게 공간 좌석 수를 기존 100석에서 절반인 50석으로 줄였다. 장기나 바둑을 둘 수 있는 지하 휴게 공간도 폐쇄했다. 이용자들은 마스크를 끼고 앉아 휴식을 취했다.
순찰 돌며 보호하는 서울시…전문가 "장기적 대책도 필요"
안형진 홈리스 행동본부 활동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노숙인 시설에 대한 방역 지침은 필요하다"면서도 "방역 때문에 거리로 내몰리는 노숙인을 구제하는 정책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같은 한파에선 노숙인들이 긴급하게 구제를 받아야 하는데 긴급복지지원 제도는 최초 노숙일 이후 6개월 미만의 노숙인만 지원받을 수 있다"며 "영국처럼 게스트하우스 공실 등을 임차해 노숙인에게 제공하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숙인 문제는 근본적으로 주택문제"라며 "노숙인들도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해지려면 개인 주거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노숙인에게 고시원이나 쪽방 등 염가 거처의 주거비를 제공하는 '임시주거비 지원사업' 등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확진자가 나면 시설을 폐쇄해야 하기 때문에 인원 제한은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며 "응급 대피소나 다시서기 센터 등 잘 자리는 많은데 노숙인들이 안 오시고 노숙을 고집하는 분들이 계시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뜻하게 안에서 주무시라고 아무리 설득해도 안 들으셔서 직원들도 고심이 크다"며 "한파가 오면 직원들이 야간 순찰을 하며 보온대, 침낭을 나눠주는 등 노숙인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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