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저격한 공화당 넘버3..아빠 딕 체니보다 더 센 초강경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의회로 향하라”는 요지의 연설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약해빠진 하원의원들을 제거해야 한다. 리즈 체니 같은 의원들 말이다.”
리즈 체니는 트럼프 대통령의 소속 정당인 공화당 의원으로,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맏딸이다. 워싱턴포스트(WP)ㆍ뉴욕타임스(NYT)ㆍCNN의 12일(현지시간) 보도를 종합하면 체니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연설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뒤 바로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날 리즈 체니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한 배경이다.
반(反) 트럼프 기조가 뚜렷한 매체들은 리즈 체니에 대해 “공화당의 양심”(CNN), “트럼프 탄핵에 찬성한 공화당의 최고위직”(NYT) 등의 수식어를 붙여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리즈 체니는 탄핵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폭동을 일으킨 장본인으로서 미국에 돌이킬 수 없는 배신행위를 저질렀다”고 규탄했다. 그는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연맹의 회장이기도 하다. WP에 따르면 공화당 내 삼인자다.
체니가(家)와 트럼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앞서 체니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대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지난 3일 전현직 국방장관이 공동 명의로 트럼프 대통령에 보낸 반대 서한에 이름을 올리면서다. 체니는 1989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국방장관을 역임했다.
체니 전 부통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실세 부통령으로 공화당의 강경 외교안보 기조를 주도해온 네오콘의 정신적 지주다. 그에겐 딸이 둘 있는데, 1966년생인 맏이 리즈가 정치적 후계자다. 아버지의 선거운동을 함께 하며 고교 시절을 보낸 리즈는 정계 진출을 물려받았고, 2017년 보궐선거에서 아버지의 지역구였던 와이오밍주(州) 하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했다. 부전여전(父傳女傳)이다.
리즈 체니가 유약한 금수저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리즈는 아버지보다 더 강경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는데, 자신의 여동생의 동성애 문제에 반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딕 체니는 한때 백악관 입성도 꿈꿨지만, 막내딸인 메리가 동성애자임을 고백하면서 대선에의 꿈을 접었다. 자신이 속한 공화당의 핵심 가치에서 동성애는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야망 대신 가족을 선택한 것. 리즈는 달랐다. 2014년, 정계 진출을 앞두고 리즈는 공개적으로 동성애를 반대하고 나서며 동생과 정면충돌했다. 당시 메리와 그의 여성 파트너는 페이스북에 “우리의 결혼도 축복했고 우리 집에도 여러 번 놀러 왔던 리즈가 이런 말을 하다니 믿을 수 없다”며 공개 비판했다.
그럼에도 리즈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강경 DNA는 그의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기도 한데, 동성애뿐 아니라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정계 진출 이전 그는 국무부에서 중동 문제를 담당했다. 2002년 국무부 근동(近東) 담당 부차관보로 임명되면서다. 당시 NYT는 “리즈 체니를 위해 국무부가 만든 보직”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리즈를 천거한 인물은 딕 체니 부통령 시절 국무장관을 맡았던 콜린 파월이었다고 한다. 리즈 체니의 부차관보 임명을 두고서는 “미국이 중동, 특히 이란 문제에 심각하게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영국 선데이타임스)이란 평가가 나왔다.
리즈 체니는 국무부와 정계 진출 이전엔 변호사로 활약했다. 남편 역시 로펌의 임원 격인 파트너 변호사다. 이들은 슬하에 5남매를 뒀다. 리즈 체니는 고교 시절 치어리더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미국 대학 입시 특성상 다양한 동아리 활동 경력이 주요 스펙이 되는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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