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일러 카우언 교수 "경기회복 속도 예상보다 훨씬 빨라..인플레는 이미 시작"
美국민, 팬데믹에 지출 않고 저축
백신 접종 늘면 '붐' 만들어낼 것
물가상승은 제한적·일시적 전망
나랏빚 확대, 선택 여지 없었지만
바이든 '좌편향式 퍼주기'는 문제
생산성 상향평준화부터 고민해야
카우언 교수는 최근 서울경제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미국민들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에 돈을 쓸 수 없어 저축해둔 돈이 너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록다운(폐쇄) 이후 일자리를 다시 구하지 못한 이들이 1,000만 명가량 되지만 실업급여 확대와 현금 지급으로 가처분소득이 높다.
카우언 교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늘면서 사람들은 휴가를 보내고 싶어 할 것이고 레스토랑에 갈 것”이라며 “나는 그것이 믿을 수 없는 붐을 만들어낼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사람들이 백신을 접종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약간의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경제는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경기회복으로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것으로 봤다. 카우언 교수는 “내 생각에는 이미 인플레이션이 찾아왔다”며 “예를 들어 같은 수업료를 내고 온라인 강의를 듣는 것처럼 (코로나19 이후에) 똑같은 돈을 내고 더 낮은 품질의 서비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인 전망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높은 인플레이션을 기대하고 있으며 나 역시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인플레이션은 이제 추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며 특정 분야에 집중될 것으로 봤다. 카우언 교수는 “백신 접종과 경기회복이 상당히 빨리 진행되면 과잉 여행 수요가 발생할 수 있고 공급에 병목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늘어난 수요가 영구적이지는 않을 것이기에 디즈니월드나 유명 레스토랑이 값을 올리기보다 대기 시간을 더 늘리는 방식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거나 영업을 하지 못해 타격을 받은 중산층을 위한 핵심 지원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주저 없이 코로나19 백신을 꼽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돼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떤 지원책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그는 생산성 향상 문제도 꺼냈다. 카우언 교수는 “근본적인 문제는 어떤 사람들의 경우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생산성이 낮다는 점이며 우리는 더 생산적인 사람들을 끌어내려 평균을 맞출 수 있지만 이는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며 “생산성이 낮은 사람들을 어떻게 끌어올릴지를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는 반드시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준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가 부채에 대해서는 “(현 상황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이 방법밖에 없다”며 “지금은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으며 아시아 국가들이 채권을 많이 사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2020 회계연도(2019. 10~2020. 9) 재정 적자 규모는 전년보다 3배 늘어난 3조 1,000억 달러 수준으로 국가 부채 비율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이다.
하지만 그는 전체적인 규모를 우려했다. 카우언 교수는 “늘어난 부채 덕에 우리는 살아남겠지만 (크기는) 매우 신경이 쓰인다”며 “만약 무언가 잘못 흘러간다면 매우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재닛 옐런 재무 장관 후보자를 비롯한 조 바이든 정부 경제팀에 박한 점수를 줬다. 옐런 후보자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케인지언으로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인당 2,000달러 지급을 포함한 수조 달러 규모의 추가 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다. 카우언 교수는 “내 생각에 바이든 당선인은 좌파들을 행복하게 하는 사람들을 뽑은 것 같다”며 “바이든은 최고의 사람들을 선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나올 대규모 정부 지출과 증세를 에둘러 비판한 셈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빅테크의 독점 논란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는 “이들의 고객이 많고 큰 네트워크를 가졌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틱톡’이 급부상했던 것처럼 경쟁이 아주 심하다”며 “시장에는 여전히 많은 경쟁자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분야는 미국이 가장 강력하다. 그동안 많은 혁신을 이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는 그 순환 고리를 끊고 싶지 않다”며 “이들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바이든 정부가 빅테크를 다룰 새로운 규제 기관을 설립하고 너무 많이 규제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기술주 버블에 관해서는 “그렇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며 “주요 빅테크 업체는 코로나19 기간에 매우 높은 생산성을 보여줬다. 거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기술 기업의 실적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저서 ‘거대한 침체’와 ‘경제학 패러독스’ ‘기업을 위한 변명’ 등으로 이름이 나 있다. 2012년에는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선정한 ‘세계 100대 사상가’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금은 블룸버그에서 칼럼니스트로 글을 쓰며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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