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 K방역의 버팀목은 사회적 합의

2021. 1. 14.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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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


K방역이 위기에 처했다. 헬스장을 비롯한 일부 업종에서 문만 열어 놓는 ‘오픈 시위’나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집단행동이 늘고 있다. 평범한 시민들은 서울동부구치소의 한 재소자가 살려 달라는 쪽지를 흔드는 장면을 보며 검찰총장 공격에 정신이 팔린 법무부가 우리 사회의 방역 태세를 흐트러뜨린 장본인이라며 분노한다. 여기에 늑장 백신 문제까지 터지자 야당은 총체적 방역 실패를 들먹이며 K방역을 연일 깎아내리고 있다. K방역을 정부의 치적으로 독점하려는 것도 아전인수지만 진영 정치의 불쏘시개로 끌어다 쓰려는 야당 또한 잘못이다. 우리가 아직 전쟁 중이고 백신의 방어벽을 완전히 구축하기 전까지 K방역은 유일한 무기이자 국민적 합의로 쌓아 올린 공든 탑이기 때문이다.

K방역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으로 대표되는 방역 당국의 탁월한 리더십과 위기 때마다 뭉치는 한국인 특유의 결집력이 만들어낸 귀중한 성과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온 국민이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 역학조사와 격리, 집합금지 조치에 충실히 응하는 한편 사재기나 집단행동을 자제하며 공동체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1998년 금 모으기에 나서고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 냈던 국민적 열정의 재현이다. 그 덕에 봉쇄 없는 방역 모델을 정착시켰고 총선과 여름휴가, 추석 연휴와 대학 입시 등 큰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었다. 정부가 자랑하는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성장률도 K방역의 공이다.

11월 들어 예상치 못한 몇몇 변수가 생겼지만 방역의 총체적 실패까지는 아니다. 겨울철 3차 유행이 예상보다 큰 규모로 장기간 지속되며 사회적 피로감이 쌓이고 일부 업종의 피해가 누적되는 상황이지만 이를 방역 실패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 일부 전문가들이 겨울철 대유행에 앞서 봉쇄에 가까운 거리두기 강화를 주장했지만 정부는 방역과 민생의 최적 조합을 찾으려 했을 것이다. 비교적 선방한다던 독일과 일본조차 방역과 경제의 줄타기에 실패해 겨울철 대폭발에 속수무책 당하는 것을 보면 그나마 K방역의 힘으로 거리두기 2.5단계 선에서 대폭발을 막았다고 봐야 한다.

일부 국가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했는데도 정부가 명확한 구매 계획조차 밝히지 못해 불신을 키운 게 사실이다.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의 품질이나 개발 속도에 대한 정보도 부족했던 듯하다. 그러나 정부 설명대로 각국의 백신 구매 경쟁이 한창이던 지난여름 우리는 방역 성과가 매우 좋았고 국내 치료제 개발도 가시권에 있었기에 백신 구매의 절박성이 의료체계 붕괴 수준의 다른 나라들과는 달랐을 수 있다. 또한 백신의 안전성과 경제성, 구매 용이성 등을 감안할 때 당시로서는 아스트라제네카가 나쁜 선택도 아니지 않았을까.

겨울철 대유행과 늑장 백신 구매로 정부의 방역 리더십에 상처가 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이유로 K방역 자체를 실패로 규정하며 방역 당국의 신뢰를 깎아내리는 정치 공세는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방역이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면 대다수 사회 구성원들이 오랜 인내와 희생으로 쌓아 올린 방역 성과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미국과 영국이 백신을 개발하고 먼저 접종을 시작했다고 위기에서 가장 빨리 벗어난다는 보장도 없다. 최종 승자는 결국 백신과 치료제, 방역이 시너지를 발휘하는 국가일 것이다. 우리는 과학기술과 국부 격차를 K방역으로 극복했고 국제 평가도 좋다. 바이러스를 완전 정복할 때까지 국가적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면 방역을 위한 사회적 합의에 균열이 있어선 안 된다.

이에 더해 정세균 총리가 지난주 국회 답변 도중 눈물을 보였던 진심 그대로 피해 업종 종사자들에 대한 경제적 보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보험 원리로 보더라도 공중보건 위기의 피해자 구제는 사회 공동의 책임이자 국가의 책무여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얄팍한 시도를 차단해야 한다. 정부가 먼저 지난 총선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으로 여당이 재미 좀 봤다는 세간의 불신을 불식시켜야 한다. 누구나 예상하듯 경기 회복은 K자형 불균형으로 치달을 것이고 위기 이후 드러날 소득과 자산, 일자리의 불평등은 우리 사회를 더 큰 분열과 갈등에 빠뜨릴 수 있다. 코로나 위기 이후 닥칠 사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사회적 합의를 깨뜨리지 말아야 한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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