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균 칼럼] 트럼프 광신도의 자폭 엔딩은 ‘문빠’의 미래다

김창균 논설주간 2021. 1. 14.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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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지자 선거 부정 妄想
親文은 검찰 개혁 한다는 억지
“대통령 지킨다” 쌍둥이 무리수
집권 세력 ‘빠’ 광신도에 포획돼
트·공화당은 폭동 대가 치러
文·민주당도 같은 길 갈 건가

트럼프 미 대통령은 “대선 승리를 도둑맞았다”고 한다. 11·12월 두 달 동안 트럼프 트위터엔 “조작된(rigged)”이라는 단어가 48번 등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법무부와 국토안보부조차 “의미 있는 부정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진영은 선거 부정 제소를 62번 했는데 법원은 61번 기각했다. 보수 대 진보 분포가 6대 3인 연방 대법원도 마찬가지였다. 단 한 차례 인용은 사소한 절차 문제다.

공화당 의원 일부는 트럼프 편에 섰다. 승부처 펜실베이니아 또는 애리조나 개표 결과 승인에 반대한 의원이 상원 8명(정원 100명), 하원 139명(정원 435명) 등 모두 147명이었다. 이들은 정말 선거 부정이 있었다고 믿었을까. 벤 새스(공화당·네브라스카) 상원의원은 페이스북에 “사석에서 선거 부정을 의심하는 공화당 의원을 본 적이 없다. 단 한 명도. 오로지 관심사는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비칠까였다”고 썼다.

지난6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미대선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트럼프지지자들이 저지하는 경찰의 봉쇄를 뚫고 의사당으로 들어가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의 골프 파트너였던 린지 그레이엄(공화당·사우스캐롤로이나) 상원의원은 대선 결과를 재검하자는 안건에 대해 “나는 빠지겠다. 할 만큼 충분히 했다(Count me out. Enough is enough)”며 반대했다. “바이든이 지길 바랐지만 그는 이겼다. 그는 적법하게 선출된 차기 대통령”이라고 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트럼프 지지자들로부터 “배신자, 인간쓰레기, 세상 끝까지 널 쫓아갈 거야”라는 욕설과 저주를 들었다.

미국에 ‘부정 선거 망상(妄想)’이 있다면 대한민국엔 ‘검찰 개혁 억지’가 있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추진에 고검장 6명 전원과 지방검찰청, 지청 59곳이 빠짐없이 부당하다는 성명을 냈다. 인사권자에게 내 목을 치라고 맞선 것이다. 추 장관이 구성한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징계 청구, 직무 정지, 수사 의뢰가 모두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추 장관이 고른 2인자 법무차관은 사표를 던졌다. 법원은 윤 총장에 대한 직무 정지와 징계 자체를 두 차례에 걸쳐 기각했다.

대통령이 조국, 추미애 두 무법(無法) 장관을 앞세운 ‘검찰 개혁’은 윤석열 검찰이 대통령을 수사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었다. 징계 찍어내기가 불발되자 ‘윤석열 탄핵’ 카드가 튀어나왔다. 문빠들은 여당 의원들에게 ‘탄핵에 동참하라’는 문자를 수천 통 돌렸다.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친문 단체 회원들은 여당 의원들에게 “검찰 수사권 폐지 법안을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통과시키겠다”는 서약서를 요구했다. 검찰 수사 대상 의원들부터 서명을 마친 서약서를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검찰 개혁에 반기를 들었다가 징계당하고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은 문빠들로부터 “배신자, 쓰레기”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여당 의원들이 아무 문제에나 검찰 개혁을 중얼거리는 것을 보면 눈먼 붕어가 생각난다”고 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윤 총장 혐의가 충격적”이라고 했다. 꼼꼼하고 치밀한 이 대표가 정직 2개월마저 기각당한 부실 징계안에 정말 동의했을까. 정세균 총리는 “추 장관이 검찰 개혁을 잘하고 있다”고 했다. 합리적이고 균형 감각이 뛰어난 정 총리가 광란의 널뛰기에 정말 공감했을까. 차기 주자를 노리는 두 사람은 당심을 쥐고 흔드는 친문(親文)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느꼈을 것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합법적으로 대선 결과를 뒤집는 길이 막히자 의사당에 난입해 바이든 당선 승인을 막으려 했다. 선거에 졌을 때 폭력으로 정권을 지키는 것은 아프리카 수준의 쿠데타다. 친문은 검찰이 대통령을 수사하지 못하게 하려고 임기제 검찰총장을 날리고, 새 수사 기관을 만들고, 검찰의 수사권을 뺏어야 한다고 아우성친다. 대통령이 법 위에서 사법 당국의 목을 눌러 수사를 막는 건 유신이나 신군부 시절 얘기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부정 선거 시비’와 문빠의 ‘검찰 개혁 타령’은 시차를 두고 대위를 이루는 변주곡이다. 공통 테마는 ‘대통령 지키기’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먼저 자폭 엔딩을 맞았다. 폭동 주모자들이 전국에서 검거되고 있다. 트럼프는 또 한 차례 탄핵에 몰렸고, 기업들은 트럼프 쿠데타에 동조한 공화당 의원들에게 후원을 끊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도 문빠들의 광기에 진절머리를 치고 있다. 4월 총선 직후 80%에 육박하던 대통령 지지율은 8개월 만에 반 토막 났다. 문빠들에게도 트럼프 광신도와 엇비슷한 ‘새드 엔딩’이 기다릴 것이다. 대통령과 집권당이 그들과 끝까지 운명을 함께할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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