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장의 클래식] 25년 만에 한 무대에 선 형제
호각지세(互角之勢). 샛노랗게 머리를 물들인 형 임동민(40)은 무대 왼쪽 피아노에, 말끔한 양복이 어울리는 동생 동혁(36)은 오른쪽 피아노에 나란히 마주 보며 앉았다. 1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피아노 이중주 무대에서 이들 형제는 라흐마니노프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2번을 연주했다. 이에 앞서 형제는 피아노 한 대에 나란히 앉아서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판타지’를 들려줬다.
이들 형제가 한 무대에서 함께 연주한 건 25년 만에 처음. 계명대 교수인 형 동민은 “그동안 내가 국내에서 가르치는 시간이 많았다면, 동생은 국내외를 다니면서 연주했기 때문에 서로 시간을 맞추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주회가 끝난 뒤 동생 동혁은 “실은 무대에 올라갈 적부터 떨렸다”면서 웃었다. 동민은 “막판 리허설까지도 동생과 템포를 맞추느라 연습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1996년 쇼팽 국제 청소년 콩쿠르에서 나란히 1~2위에 입상한 이들 형제는 ‘동동 브라더스’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클래식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5년 세계 3대 콩쿠르로 불리는 쇼팽 콩쿠르에서도 나란히 공동 3위에 올랐다. 음악 칼럼니스트 이지영 클럽발코니 편집장은 “형 동민의 연주가 단단하고 선율 진행에서도 무게감 있게 밀고 나간다면, 동생 동혁은 화려하고 섬세하며 선율이나 쉼표의 경계를 미묘하게 넘나들 줄 아는 연주자”라고 평했다. 이들 형제의 ‘피아노 이중주’는 2~3월 대구 부산 통영 인천 제주 서울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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