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정권 사람들 지갑에서 나온 돈이 아니다

윤영신 논설위원 2021. 1. 1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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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불거진 ‘전 국민 지원금’ 국민 세금인데 안 받을 이유 없어
잘 쓰고 표는 제대로 찍어야… 현금 복지 중독까지 가면 안 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 대표는 신정 연휴가 끝나자마자 2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 가능성을 시사했다. /뉴시스

온 국민이 또다시 돈다발을 받게 될 것 같다. 100만원(4인 가구 기준)씩 받았던 작년 1차에 이은 2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다. 이번 2차 지급은 반대 목소리가 컸던 1차 때보다 훨씬 순조로울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고 발끈했지만 시늉일 뿐이다. 정부 안에선 현금 지급 준비 작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1차 ‘전 국민’을 복기하면 2차를 예측할 수 있다. 1차가 처음 등장한 건 작년 4·15 총선을 2개월여 앞둔 시점이었다. 부자·빈자 안 가리고 똑같은 액수의 현금을 나눠주는 사회주의식 배분에 익숙지 않았던 국민들에겐 충격이었다. 당시 여론조사에선 찬성과 반대가 거의 반반으로 갈렸다. “선거용 매표(買票)” “재정 포퓰리즘의 서막”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민 가겠다는 사람, 울분을 참지 못해 망국론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 원내대표가 총선 전날 민주당 후보 뽑아주면 전 국민에게 지원금 주겠다고 약속한 순간 상황은 끝났다. 그 후 전체 2216만 가구 중 2%만 빼고 다 받았다. 아까운 세금을 어려운 자영업자, 취약 계층에게 더 많이 줘야 한다는 선별 지원론도 사그라들었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압승하고 집집에 현금 배급이 어느 정도 진행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모처럼 아내의 안경과 쇠고기 국거리를 샀다는 내용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고 했다.

나라 곳간이 바닥난 탓에 국채까지 발행해 마련한 14조3000억원이 그렇게 흩뿌려진 지 4개월도 안 됐는데 새해 벽두에 민주당이 다시 ‘전 국민’을 들고나왔다. 신정 연휴가 끝나자마자 이낙연 대표가 운을 뗐고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에 대한 보답”이라고 분위기를 잡아갔다. 이번에도 야당은 “선거용”이라고 반발하며 선별 지급을 주장했다. 1차 때의 데자뷔다.

하지만 모두 소용없는 일이다. 이미 국민 대다수가 지원금을 받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2차 지원금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70% 가까운 찬성 응답률이 나왔다. 실은 그보다 찬성률이 훨씬 높을 것이다. 거의 100%일지도 모른다. 민주당은 돈다발의 위력을 극대화할 전략을 짜고 실행하는 일만 남았다. 국민의 관심을 한껏 달아오르게 한 뒤 설 연휴 즈음에 홍보전을 터트릴 것이다. 그러다 4월 서울·부산시장 선거 직전에 ‘전 국민’을 공약처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당 지지도가 더 하락하면 속도전을 펴서 그 전에 지급을 시작할 수도 있다. 민주주의를 한다는 나라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에도 선관위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가만있을 건가.

그렇다고 코로나에 지친 사람들에게 “그런 돈 받으면 안 됩니다”라고 말릴 수도 없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현실이 그렇다. 코로나 피해를 입은 사람, 꼬박꼬박 세금을 낸 사람들은 지원금을 안 받을 이유도 없다. 기왕 받을 거면 어려운 자영업자들을 위해 잘 소비하는 것이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 현금이 정권 사람들 지갑에서 나온 돈이 아니라 국민이 허리띠 졸라매며 낸 세금이라는 점, 그래서 현금에 마음이 흔들려 표를 주는 영혼 팔이는 안 된다는 점이다. 무차별 현금 뿌리기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몇 차례 더 있을 것이다. 전부 세금이고 국민이 갚아야 할 빚이다.

아르헨티나의 페론과 그리스의 파판드레우는 “국민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라”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다 주라”고 했다. ‘국민’을 팔아서 그들은 장기 집권을 했지만 재정은 파탄 났다. 나라 경제를 거덜 낼 현금 복지 중독까지 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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