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가계부채·거시건전성 관리 시급하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 연구소 소장 2021. 1. 1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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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어느 해라고 경제가 무탈하고 평온했을까만 올해는 개별 경제주체이든, 정책당국이든 각별한 균형 감각이 필요할 듯하다. 한편으로는 연이은 백신개발 성공과 승인, 접종 시작 등 반가운 뉴스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총력 대응과 각종 사회·경제적 후유증의 연착륙 방안 모색은 여전히 중요하다. 다른 한편 완만하게나마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그동안 누적된 불균형들을 정상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거시적 측면에서 보면 실물부문과 금융부문 간 디커플링의 지속, 신용팽창과 자산가격 상승 간 상호강화적 순환이 만들어내는 금융 불균형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주택거래대금 규모는 360조원을 넘는다. 전년대비 110조원 이상 증가했다. GDP 대비 주택거래대금 비율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18.4%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한편 연초에 코스피, 코스닥의 일평균 거래대금 규모가 64조원까지 치솟았다. 주식시장의 개인 신용공여 평균잔액이 36조원, 대기성자금인 고객예탁금도 70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실물경제의 회복과 괴리된 자산가격의 상승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불균형의 근저에는 과다한 부채가 존재한다는 점이 문제이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수준은 이미 GDP 수준을 넘어섰고,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나 증가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발표하는 신용갭도 지난해 2분기부터 경보단계로 들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이다. 과도한 부채로 인해 금리 인상과 같은 통화정책 운용이 어려워지는 부채함정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 연구소 소장

이제 민간 주체들의 부채, 특히 가계부채에 대한 대응을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기왕에 추진되어온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 고위험 차주들의 대출을 억제하는 방안도 긴요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거시건전성 관점에서 부채관리를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그 한 가지 방안이 바로 가계부문 경기대응완충자본의 도입이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은 바젤Ⅲ 자본규제체계에서 금융회사의 경기순응성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은행에 최대 2.5%까지 추가적인 자본적립을 요구함으로써 과도한 신용공급을 제어하는 거시건전성 감독수단이다. 그런데 이를 특정 부문, 예컨대 가계 부문에 적용하는 것이 부문별 경기대응완충자본 제도이다. 이 제도를 실제로 도입한 나라가 스위스이다. 스위스는 주택대출에 집중된 신용팽창이 민간신용 전체의 팽창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하고 2013년 2월부터 주택담보대출에만 적용되는 부문별 경기대응완충자본을 부과했으며 처음에는 1.0%를, 2014년 1월부터 현재까지는 2.0% 수준을 부과하고 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해 4월 한국에 대한 금융부문 평가프로그램 결과보고서를 발표하고 거시건전성 정책체계를 개선하는 한편 가계부문 담보·무담보 대출에 대한 부문별 경기대응완충자본을 1~2년 내 도입할 것을 우리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그런데 IMF의 평가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꾸준히 하락하던 2019년 6월까지의 자료를 기초로 이루어졌음을 감안하면 제도 도입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 셈이다.

이 제도는 몇 가지 이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대출 익스포저 전체가 아니라 특정 부문의 불균형에 대응할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둘째, 경기의 흐름에 대응하여 부과되는 규제이므로 경기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그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 셋째, 이 제도는 자본비용을 통해 은행의 유인구조에 영향을 줌으로써 기존의 LTV, DSR 규제와 같은 차입자 기반의 건전성 관리 수단과 보완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팬데믹 대응과 불균형의 정상화, 이 둘 간의 적절한 균형이 우리 경제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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