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진의 돈과 세상] [2] 세상은 기술보다 복잡하다
블록체인 기술은 2008년 말 세상에 나왔으니 올해 겨우 틴에이저가 됐다. 그런데 벌써부터 전 세계적 팬덤 현상을 몰고 다닌다. 광팬들은 그 기술이 세상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 확신한다.
하지만 지지자들의 생각은 극단적으로 나뉜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 자산 옹호자들은 중앙은행이 없는 사회를 꿈꾼다. ‘세계 시민’들이 스스로 화폐를 만들어 그것으로 국경을 넘어 상거래를 하는, 무정부 상태를 이상향으로 삼는다.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는 정반대의 세상을 꿈꾼다. 지금 유통되고 있는 지폐와 동전까지 디지털 화폐로 대체하여, 국가가 개인들의 씀씀이를 완벽하게 감시할 수 있는 금융 시스템을 추구한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정부가 디지털 화폐 잔액을 일률적으로 늘리거나 줄일 수도 있다. 국민의 소비 속도가 정부에 종속된다. 지독한 빅브러더 사회다.
블록체인 기술을 둘러싼 생각이 둘로 나뉘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다. 처음에는 원래 그렇다. 인간이 새처럼 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도 미국은 2인용 ‘비행기’로 폭탄을 투하하는 전쟁을 생각했고, 프랑스와 독일은 다인승 ‘비행선’으로 여행하는 세상을 생각했다. 발명왕 에디슨은 전기를 효과적으로 보내는 직류 발전을 생각했고, 천재 테슬라는 전기를 멀리 보내는 교류 발전을 생각했다.
기술 경쟁이 오래가지는 않는다. 사건 한 번으로도 승부가 갈린다. 비행선은 힌덴부르크호 폭발 사고로 사라졌다. 직류 발전은 나이아가라폭포 발전소 건설 입찰에서 탈락하면서 잊혔다.
암호 자산과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도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사라진다. 그것도 한 번에. 그러므로 지금 어느 한쪽만 철석같이 믿는 것은 위험하다.
세상은 블록체인 기술보다 훨씬 난해하다. 한 번에 승부가 갈리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아주 힘들지만, 이 상황은 금방 끝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어느 한쪽만 철석같이 믿으면 위험이다. 균형감을 잡는 것이 현명한 생존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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