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엽의 공학이야기] 탄소중립 추진 전략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2021. 1. 1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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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전 세계는 기후변화를 넘은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온실가스 감축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탄소중립(net zero) 정책을 추진 중이다. 유럽연합(EU), 미국, 중국, 일본 등 70여개국이 2050년 혹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도 지난해 10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하고 12월에는 정부의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세계 각국이 이렇게 선언했지만 현재 석탄, 원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 의존한 에너지 소비와 산업 구조를 보면 이를 달성하기가 만만치 않다. 혹자는 불가능하다고도 한다. 그러나 정해진 시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말을 하나 만들자면, ‘탄소 거의 중립(almost net zero)’이라도 달성하게 되면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EU는 10년간 1조유로, 미국은 10년간 1조7000억달러 규모의 그린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도 2025년까지 그린뉴딜에 73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우리 정부가 발표한 주요 추진과제들은 경제구조의 저탄소화를 위해 에너지 탄소중립, 고탄소 산업의 저탄소 산업으로의 전환, 저탄소 수송시스템, 도시·농식품·해양수산·산림 분야 등에서의 탄소중립이다. 또 수소경제, 녹색 유망 기술 상용화,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포함한 신유망 저탄소 산업생태계 조성, 배출권 거래제, 녹색금융, 국제협력을 포함한 탄소중립을 위한 제도적 기반 강화도 있다.

모든 산업의 쌀인 화학제품을 제공하며, 세계 5위의 규모이자 우리 제조업의 6.5%를 차지하는 국가 기간산업이지만 고탄소 산업인 화학산업에서의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이야기해 보자.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 차세대 친환경 화학산업으로의 재편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말은 이미 여러 번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친환경으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필수 화학소재의 수급에도 큰 문제가 생긴다. 경착륙이 아니라 연착륙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지금부터 계획을 잘 수립해 석유화학 공정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최대한 바꾸어야 한다. 화석연료의 사용량을 최대한 줄이고 대신 재생 가능한 바이오매스나 폐플라스틱 같은 폐자원을 원료로 사용하는 바이오 리파이너리와 신화학 리파이너리를 구축하며, 공정의 혁신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등의 순환경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그간 정부와 기업체가 기울인 노력을 보면 희망이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지난해 초부터 1차관이 중심이 되어 전문가들과 저탄소 차세대 바이오 화학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원천기술 개발 전략을 수립해 왔는데 이는 탄소중립을 선도적으로 준비해 온 좋은 예라 하겠다. 정유회사인 GS칼텍스는 이제까지 원유로부터 생산되던 2,3-부탄다이올을 바이오매스로부터 발효생산하는 공정을 개발해 산업화했다. 이는 과기정통부의 시스템대사공학 원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세 명의 전문가와 팀원들의 탁월한 기술 개발, 사업이 될지 모르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전폭적으로 지원한 경영진의 비전, 그리고 상용화를 위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 등 삼박자가 맞아서 이룬 쾌거라 하겠다. 전통적 석유화학회사인 한화솔루션도 태양광 분야에서의 세계적인 성과에 더하여 친환경 바이오화학의 비전을 가지고 탄소중립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의 발전에 크게 기여해 온 자랑스러운 석유화학 기업들이 탄소중립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기업들의 애로사항들을 해결해줘야 한다. 기업들이 자체 개발하기 힘든 시스템대사공학, 바이오화학소재 분리정제 등 기초 원천기술들의 개발을 통한 탄소중립 산업화 토대 마련, 탄소중립 산업으로의 연착륙이 가능한 제도 수립 및 정책자금 지원, 그리고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기업들에 필요한 지원을 아낌없이 해야 한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나온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선언과 그린뉴딜이 제대로 추진되면 설사 ‘탄소 거의 중립’까지만 가게 되더라도 희망적이다.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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