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 제발
[경향신문]
언젠가 록밴드 ‘들국화’ 공연을 보러 갔었다. ‘제발’이란 노랠 정말 좋아하는데, ‘제발 숨막혀~’ 하면 진짜 숨이 멎는 느낌. 고인이 된 주찬권 아저씨 드럼 소리와 함께 번지던 노래는 앨범 발매 직후였을까, 학창 시절 YWCA 강당에서도 한 번 만났었지. 팬심은 ‘아미’ 못지않다.
“난 네가 바라듯 완전하지 못해. 한낱 외로운 사람일 뿐야”라는 고백은 진솔하다. 곡을 만든 최성원은 당시 숨죽이게 했던 군부독재를 비판한 노랫말이라고도 했다. 곡이 수록된 <들국화> 2집은 겨울 풍경이 자욱하다. 노래 ‘1960년 겨울’엔 동요 가락도 담겨 있지. “밖에는 눈. 눈이 오네. 조용히 마당으로 흰 눈이 내리네. 밖에는 눈. 눈이 오네… 한겨울에 밀짚모자 꼬마 눈사람. 눈썹이 우습구나. 코도 삐뚤고 거울을 보여줄까, 꼬마 눈사람.”
산촌은 줄곧 눈이 내리고 녹고를 반복하고 있다. 심심하고 답답해서 멀리 나가보고 싶은데, 방역지침으로 약속을 잡을 수 없으니 원~. 말을 안 듣는 친구들도 있다는데, 고딩은 내신 성적 반영, 대학생은 취업 추천서, 공무원은 인사 고과, 국회의원은 또 찍어준다면 그때에서야 말을 듣는다던가. 나 같은 자유인은 누가 시키면 고분고분 따르지 않는 편인데, 세월이 명약, 나이 들어가면서 많이 착해졌다. 게다가 이단 삼단도 아니고, 고단수 아니런가. 고단수 목사들은 교회 집회를 밥벌이 삼아 비벼서 살지 않는다.
“제발 목말라 마음 열어 사랑을 해줘~.” 신앙이란 사랑의 추구이리라. 사랑 뭉치가 아니라 사고뭉치들이 길가에 개똥만큼이나 깔렸구나. 코도 삐뚤고 거울을 보여줄까.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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