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 나이 먹는건 쉽지만 진정한 어른 되긴 어려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새해가 밝았다.
한 살을 먹어서 기쁜 사람이 있는 반면 나이가 드는 것이 반갑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벼슬길에 대한 고민 속에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던 그에게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이 더 이상 즐거운 일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이 먹는 것은 쉽지만 진정한 어른 되기란 어려운 법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인의 수염에 대한 열망은 어른의 세계를 선망하는 아이를 연상시킨다. 마치 어른 흉내를 내는 치기 어린 행동 같다. 페니 마셜 감독의 코미디 영화 ‘빅(Big·1988년)’의 주인공인 열세 살 조시도 그랬다. 소년은 키가 작아서 놀이기구 탑승을 거부당하자, 놀이공원에 있는 소원을 들어준다는 기계에 빨리 크고 싶다고 말한다. 다음 날 갑자기 어른이 된 소년은 어른들의 세계에서 좌충우돌하며 그곳이 결코 생각 같지 않음을 확인하게 된다.
시에서도 영화 속 소년 같은 시인의 귀여운(?) 조바심이 느껴진다. 그 조바심은 6년 뒤 우연히 아침 햇살에 비친 흰 머리카락을 발견했을 때 절정에 도달한다. 시인은 또 한번 시의 재료를 얻었다고 환호작약했다. 하지만 다시 5년이 지난 뒤 생선 아가미뼈같이 거칠어진 자신의 수염을 어루만지며 과거의 일을 겸연쩍어한다. 벼슬길에 대한 고민 속에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던 그에게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이 더 이상 즐거운 일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될 줄 진작 알았다면 결코 기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철없던 시절을 후회하기도 했다(‘여성백·與成伯’).
수염과 흰머리가 성숙의 징표가 되지 못하듯 나이가 든다고 다 어른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빅’에서 소년이 어설픈 어른 되기를 포기하고 다시 소년으로 돌아간 것처럼, 박지원은 외양을 따라가지 못하는 내면의 미성숙에 주목한 점이 인상에 남는다. 어쩌면 6척의 몸뚱이가 전혀 커지지 않았다는 말도 내면의 미성숙을 시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거울 속 우리의 모습은 해마다 변해 간다. 이 시는 나이가 드는 것이 외면의 노화만이 아니라 내면의 성숙이기도 함을 일깨워 준다. 그래서 나이 먹는 것은 쉽지만 진정한 어른 되기란 어려운 법이다. 세상의 어른들이 나이를 앞세우기보다 자신을 돌아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셀트리온, 첫 국산 치료제 될까…2상서 중증 발생률 54% 줄여
- [단독]‘박원순에 피소사실 첫 보고’ 임순영 젠더특보 징계없이 면직
- 中백신 예방효과 78%→ 50.4%…들쑥날쑥 논란
- 90% 수익 본 文대통령, 뉴딜펀드에 5000만원 재투자
- 넥슨 김정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 176억 원 투자
- 코스피, 사흘만에 반등…고액자산가들이 많이 사들인 주식은?
- 지난해 11월 통화량 3200조 원 육박…한달새 28조 늘어 사상최대
- 비트코인 지갑 비번 잊어 2600억 날릴 위기…“침대 누워 그것만 생각”
- ‘약촌오거리 살인 누명’ 피해자·가족 16억 국가배상 받는다
- 장성규 “상금 나눠줬다가 부정청탁 혐의로 조사, 생각 짧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