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인이 사건을 보는 또 다른 관점
[경향신문]
아동학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가 이토록 논란이 된 적이 있던가? 16개월 짧은 생을 살다 간 정인이 죽음을 모두 애도하지만, 그 원인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을 내고 있다. 정인이는 분명 아동학대로 사망했지만 입양되었기 때문이다. 입양에 대한 복잡한 담론이 이 사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만들고 있다.
아동은 물질적·정서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필요로 하므로 혈연이 아니더라도 자녀와 부모의 관계를 결속시킬 수 있는 장치로 입양을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 부모의 국적과 입양되는 자녀의 국적이 상이한 경우 국제입양이라는 확장된 법적 제도로 가족이 되는 것을 승인함으로써 아동 복지에 기여하게 한다.
그러나 한국사회 입양의 제도화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는 입양의 법적 주체 중 하나인 기관의 문제다. 사회적 자원이 부족했던 한국전쟁 직후 아동복지를 입양 제도로 보완했던 것이 입양의 시작이다. 그러나 역설적인 것은 입양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전쟁 직후가 아니라 1980년대라는 점이다. 미 국무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1960년에 627명을 입양 보냈는데 1985년에는 6021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1980년대 국외 입양이 활발했다는 것은 입양제도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고착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비한 아동 복지지원 체계에 대한 대안으로 정부의 책임을 민간에 전가하면서 개별 기관이 아동복지를 주도하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 한 사람의 인생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입양을 이제 국가적 책임으로 편입해 절차와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둘째, 입양 주체에서 소외되고 비가시화된 생모의 존재이다. 입양의 법적 주체는 입양기관, 양부모, 아동이다. 여기서 아동을 낳고 입양을 ‘선택’한 여성의 목소리는 개입될 여지가 없다. 만약 결혼제도 밖에서 임신한 여성에게 자녀에 대한 완벽한 자율권과 지원이 확보된다면 낙태나 입양을 선택할 비율은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다. 입양 문제는 여성의 문제다. 이번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가장 먼저 아이를 출산한 여성이 왜 양육을 포기했는지 그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지난 7일 정춘숙 의원실에서 주최한 긴급 국회 간담회에서 인트리 대표가 대독한 ‘은비 사건’ 생모의 증언에서 알 수 있듯이 정인이의 죽음을 더 이상 입양 문제나 가정폭력 사건으로 축소시켜서는 안 된다.
정인이 사건은 공동체의 일원인 이 사회 모두에게 부채감을 남겼다. 그래서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민간에 위임한 입양을 중앙정부로 이전하고, 출산한 여성이 왜 입양을 선택했는지 그 원인에 대한 심층적 분석과 이해가 이뤄져 사회적 정동이 일어나기를 기대해본다.
한서승희 젠더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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