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위한 싸움 붙이기

박태근 2021. 1. 14.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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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이란 말이 긍정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를 떠올려보자.

거의 유일한 사례가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일 텐데("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뒤집어보면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싸우는 건 좋지 않은 모습이라는 의미이기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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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이란 말이 긍정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를 떠올려보자. 거의 유일한 사례가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일 텐데(“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뒤집어보면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싸우는 건 좋지 않은 모습이라는 의미이기도 하겠다. 종종 주먹다짐까지 벌어지는 국회에서도 싸웠다는 표현은 애써 피하며 늘 협치를 강조하니, 싸움이라는 게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는 일처럼 여겨질 정도다. 나 역시 화를 내는 일이 극히 드물고 중용의 묘를 발휘하여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을 삶의 보람으로 여겨온 터라, 싸움이라는 건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문제를 남의 탓으로 돌리려는 이들의 헛된 시도라 평해왔을 따름이다.

그런데 이런 어쭙잖은 태도는 싸움의 세계에 들어서지도 못한 용기 없는 이들의 자화자찬이자 자승자박이었으니, 내 마음을 투명하게 비춰주는 싸움의 거울 앞에서, 관계를 포기하고서까지 이루려는 나의 욕망은 무엇이고 다치고 괴롭더라도 지키고 싶은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지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늘 싸우면서도 싸우지 않는다고 착각하여 자신이 하고 있는 싸움을 제대로 살필 기회조차 얻지 못한 과거를 진지하게 돌아본다. 그렇다. 나는 이제 싸움꾼이 될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 그렇지만 마음만으로는 실전에 나설 수 없다. 승패를 가르기 위함은 아니지만 백전백패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그렇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책은 이렇듯 싸움에 불을 댕기고 모른 척 뒷짐 지는 게 아니라 싸움의 판을 짜는 기술부터 싸움에서 벗어나는 방법까지, 초·중·고급으로 나눠 제목 그대로 ‘싸움의 기술’을 차례로 전한다. 초급 기술 가운데 ‘싸움의 시간’이 기억에 남는데, 여유 있는 저녁 시간이나 주말보다는 출근하기 30분 전을 택하라는 조언이다. 출근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자연스레 싸움에 제한 시간이 걸려, 묵묵부답하며 싸우는 것도 싸우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남이 보면 백 퍼센트 싸우고 있는 지하철역 플랫폼의 연인처럼 곤란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이겠다.

이 외에도 싸잡아 싸우지 않기, 다치지 않는 낙법 연마하기, 싸움의 판을 바꾸는 축지법 등 전하고픈 기술이 한둘이 아닌데, 이 책이 싸움의 의미 지형을 뒤흔들어 필요한 싸움을 부추기는 이유는 바로 관계에 있다. 싸우기도 귀찮으니 서로 만나지 않을 세상에서 각자 살아가자는 태도가 종종 지혜로 여겨지는 당대에, 서로 관계를 포기할 정도의 상황과 거리인지를 가늠하기 위해서라도 싸움이 필요하며, 그것은 결코 상대를 업신여기거나 나를 뽐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관계를 지키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무언가를 걸고 나서는 용기라니, 이제 좀 더 솔직하게 싸움을 걸고 싸우는 마음을 표현해보자.

박태근 (알라딘 도서팀장)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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