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유튜버'를 언론이 욕할 수 있을까

하헌기 2021. 1. 14.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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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레커'라는 말이 있다.

언론이 이슈에 편승하는 방식도 '사이버 레커'와 유사하다.

언론의 인터넷 부서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수익 구조가 사이버 레커들과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언론이 플랫폼인 포털에 의존하며 '실검' 레커로 벌어들이는 광고 수익은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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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레커'는 한국 미디어의 오랜 전통이다. 속보 경쟁, 자극적인 헤드라인, 클릭 유도 등은 이미 기성 언론도 해온 일이다. 수익 구조가 서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탑승한 관용차량이 일부 시민과 유튜버 등에 가로막혀 있다.

‘사이버 레커’라는 말이 있다. 인터넷상 이슈를 소재로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을 지칭한다. 흡사 교통사고 현장에 출동하는 레커차처럼, 각종 사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모습 때문에 붙은 멸칭이다. 개인적으로 이들을 ‘레커’에 비유하는 게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레커차는 적어도 사고 차량을 안전한 장소로 견인하는데, ‘사이버 레커’는 일단 이슈가 발생하면 그걸 앞뒤 재지 않고 대중의 입 속에 밀어 넣어,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기 때문이다.

사이버 레커들이 최근에 출동한 곳은 ‘조두순 출소 현장’이었다. 일부는 그가 출소하는 구치소 앞에 집회신고를 내고 거기서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했다. 관련 방송을 송출하면 대중의 관심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을 것이다. 유튜버에게 대중의 관심은 곧 수익이다.

유튜버들은 호송 차량을 파손하고 조두순이 사는 건물의 배관을 타고 올라가는 등 기행을 벌였다. 경찰이 희대의 흉악범이 사는 건물을 경호해야 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언론은 이들을 제재할 수단이 필요하다고 꾸짖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사이버 레커’는 한국 미디어의 오랜 전통이다. 속보 경쟁, 자극적인 헤드라인, 클릭 유도 등은 이미 기성 언론도 해온 일이다. 언론의 이런 행태를 엄격하게 제재할 수단 역시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언론이 이슈에 편승하는 방식도 ‘사이버 레커’와 유사하다. 〈조선일보〉부터 인터넷 전문지까지 거의 모든 언론사들의 인터넷 부서는 ‘실검’에 편승해 기사를 쓴다. 사실상 언제나 ‘실검 레커’를 하기 위해 시동을 걸어놓고 있는 셈이다.

유튜브와 인터넷 뉴스의 공통점

언론의 인터넷 부서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수익 구조가 사이버 레커들과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유튜브 콘텐츠와 인터넷 뉴스의 공통점은 ‘플랫폼’ 소비다. 사이버 레커들의 행태는 포털에서 표류하는 대중을 낚아채 자사 페이지 뷰를 올리기 위해 언론이 써왔던 방식들이다. 물론 ‘기레기’라는 비난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 플랫폼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짜뉴스’를 뿌리던 유튜버들도 플랫폼에서 계정 영구정지를 당하면 영향력이 줄어든다.

언론이 플랫폼인 포털에 의존하며 ‘실검’ 레커로 벌어들이는 광고 수익은 만만치 않다. 많은 언론사 관계자들은 이 상황의 위험성을 간파하고 있으나 출구전략을 만들어내진 못하고 있다.

한국과 다른 사례도 있다. 〈뉴욕타임스〉의 구독자 급증이다. 팬데믹 국면 속에서 〈뉴욕타임스〉는 온라인 구독자를 오히려 수십만 명 늘렸다. 이용자들이 무료로 풀린 코로나19 관련 기사를 보고 〈뉴욕타임스〉를 신뢰하게 되어 유료 구독으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언론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실검 경쟁이 아니라 콘텐츠 경쟁을 할 때 비로소 언론 생태계가 바뀔 수 있을 거라는 ‘기본’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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