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견하다' 칭찬 말고 '대응'으로 답하라

김영화 기자 2021. 1. 14.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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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를 잘라 만든 피켓에는 미래가 자주 등장했다.

'석탄 말고 우리 미래' '미래 없는 미래 세대' '2030 석탄발전소 OUT'.

청소년 기후행동은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와 세계의 청소년이 이끄는 연대체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과 함께 지난해 3월부터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결석 시위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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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이명익

상자를 잘라 만든 피켓에는 미래가 자주 등장했다. ‘석탄 말고 우리 미래’ ‘미래 없는 미래 세대’ ‘2030 석탄발전소 OUT’. 김보림씨(27·오른쪽)는 매번 “다음 시위 땐 안 쓰이길” 바라는데 2년째 같은 구호를 외친다. 2020년 10월 한국전력이 베트남에 석탄화력발전소 사업 추진을 확정했을 때 무력감이 컸다.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2050 탄소중립 선언’ 등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는 말은 넘쳐나도 실질적인 변화는 없다. 보림씨는 우리의 생존이 하찮게 여겨진다고 생각한다.

김보림씨와 김서경씨(19·왼쪽)는 ‘청소년 기후행동’ 활동가다. 청소년 기후행동은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와 세계의 청소년이 이끄는 연대체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과 함께 지난해 3월부터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결석 시위를 열고 있다. 2020년 수능을 치른 김서경씨도 결석 시위에 빠짐없이 참여했다. “당장 살아갈 미래에 우리가 알던 풍경이 없을 수도 있는데 왜 아무도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거지?” 해수면이 상승한다는 이야기는 많아도 가까운 미래에 일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우려하는 목소리는 찾기 어려웠다. 서경씨는 폭염과 한파, 회색빛 하늘, 바깥 공기를 마시지 못하는 것이 뉴노멀이 될까 봐 두렵다.

위기를 감지한 청소년들이 더 있었다. 2020년 3월13일 청소년 기후행동 활동가 19명은 대한민국 국회와 대통령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정부의 미흡한 대응으로 인해 청소년들의 생명권과 행복추구권, 환경권 등이 침해되었다는 이유다. “정부의 현행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억제하기로 한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지킬 수 없습니다(김보림).” 기후위기는 개인들의 ‘작은 실천’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반응은 두 가지였다. ‘대견하다’며 칭찬하거나 ‘그럴 시간에 공부나 하라’며 핀잔을 주거나. 다르지만 사실 비슷했다. 청소년을 동등한 발언권을 가진 동료 시민으로 보지 않았다. 서경씨의 결석 시위에 선생님은 ‘그냥 분리수거 캠페인이나 하지’ ‘대학부터 가서 바꾸라’고 말했다. 제2의 그레타 툰베리라며 사진 찍자는 요청은 많아도 서경씨가 쥔 온실가스 감축 요구안은 부담스러워했다. “기후위기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돌기만 하죠. 기성세대가 만드는 변화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어요.”

동료가 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모두 다섯 명이던 인원이 현재 120명까지 늘었고 신규 멤버 170명이 대기 중이다. 90% 이상이 13세부터 19세인 이들은 느슨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각지에서 활동한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에 점수를 매기고 국회의원들에게 대응을 촉구하는 ‘문자 총공(총공격)’을 한다. 구호 속엔 다음과 같은 말들이 자주 나온다. 봄과 가을을 즐길 권리, 미래를 꿈꿀 권리, 나이 들어 죽을 권리…. 이들은 기후위기가 만든 시대를 살아갈 당사자다.

김영화 기자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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