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무너진 상식, 중도층이 세워야
법치주의 훼손 등 민주주의 후퇴
서울시장 보선, 상식 복원 시험대
균형추 역할 중도층 선택이 관건
재난 앞에서 대통령은 구세주 행세하며 권력을 키운다. 대중의 기대가 과하면 대통령은 ‘컬트’(cult·숭배대상)가 된다. 삼권분립을 흔들어 민주주의를 위협할 우려가 있다. 이를 경고한 것이 진 힐리가 쓴 ‘대통령의 컬트’(The Cult of the Presidency)다. 저자에 따르면 제한적이던 미국 대통령 권력은 20세기에 팽창의 역사를 걷는다. 전쟁·대공황을 겪은 윌슨·루스벨트·부시 집권기가 중요 계기였다. 대통령은 만능 해결사로 군림했다. 의회·법원은 견제·균형의 본분을 뺏겼다.
연말, 연초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 지지율은 30%대에 갇혀 있다. 레임덕 길목이다. 4월 서울시장 보선과 내년 대선 전망에선 야권 승리, 정권교체 응답이 앞선다. 중도층·무당파가 떠나면서 민심 이반이 가속화하는 흐름이다. 강성 지지층만 보고 국정을 운영한 탓이다. 팬덤정치가 상식을 파괴한 대가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추진. 1987년 민주화 이후 첫 국회 상임위원장 독식. 현 정부 들어 몰상식 사례는 기네스감으로 차고 넘친다. 민주주의가 선출된 권력에 의해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이 저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경고한 현상이다. 저자는 ‘민주주의 가드레일’이라고 규정한 핵심 규범으로 ‘상호 존중’과 ‘제도적 자제’를 꼽았는데, 현 정권은 죄다 무시했다.
“헌법정신과 법치주의, 상식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윤 총장은 직무복귀 때 이 말을 하면서 토머스 페인의 저서 ‘상식’(Common Sense)을 염두에 뒀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페인은 특권(왕·귀족)이 지배하는 전제정치가 ‘인간은 평등하다’는 상식에 어긋난다며 사회계약론을 바탕으로 민주공화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윤 총장은 지인들에게 “‘상식’은 미국 독립과 민주정의의 당위성에 관한 책으로 최초의 성문 헌법인 미국 헌법의 기초가 된 것이고, 내가 말한 상식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의 지배를 쉽게 축약한 것으로 헌법정신이란 말과도 상통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보편적 법이 지배하는 사회”를 강조했다고 한다. 권력 주체가 국민이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했다는 얘기다. 그간 윤 총장과 법원, 진중권·홍세화 등 진보 논객이 같이 싸웠다. 앞으론 어떨까.
두 달여 뒤면 서울시장 보선이다. 이번 선거는 무너진 상식의 복원을 가름할 시험대다. 내년 대선의 전초전이어서 민주주의가 기로에 서게 된다. 합리적이고 온건한 다수 국민은 상식이 작동하는 사회를 원한다. 스윙보터인 중도층의 선택이 관건이다. 정권이 한쪽으로 폭주할 때 균형 잡는 역할은 중도층 몫이었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은 13일 “비상식이 상식을 몰아내고 있다. 야권 승리로 공정과 정의를 되찾아야 한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야권이 이기려면 고강도 쇄신을 통해 민생정당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후보 단일화도 성사시켜야 한다. 그러나 쇄신은 뒷전이고 단일화 주도권 싸움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여권이 국정기조를 확 바꾸면서 선거판을 흔들면 중도층은 언제든 돌아설 수 있다. 야당이 반사이익에 취한다면 보선 승리는 물론 수권의 꿈도 멀어질 것이다.
허범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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