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기업하는 죄'

나기천 입력 2021. 1. 13.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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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채용을 하지 말아야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 8일 통화한 중소기업인 A씨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걱정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퇴직 인력이 매년 발생하니까 내년 법 시행이 될 때쯤에는 3년 유예 기업에 포함될 것 같다"며 "중소기업이라 청년층 채용도 쉽지 않았는데, 가능한 부분은 공장을 자동화해 직원을 더 줄여볼 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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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기업 입법 속도.. 경제회복 위해 질책보다 격려 필요

“신규 채용을 하지 말아야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 8일 통화한 중소기업인 A씨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걱정에 이렇게 답했다. 기계설비 제조업을 하는 그의 회사 식구는 경기 본사 기술·연구인력에 서울의 영업소 직원까지 합하면 50명이 조금 넘는다. 그는 “퇴직 인력이 매년 발생하니까 내년 법 시행이 될 때쯤에는 3년 유예 기업에 포함될 것 같다”며 “중소기업이라 청년층 채용도 쉽지 않았는데, 가능한 부분은 공장을 자동화해 직원을 더 줄여볼 참”이라고 말했다.
나기천 산업부 차장대우
경기와 전남 등 전국 3곳 공장을 운영 중인 중견기업인 B씨는 대표이사직을 올해 내려놓는다. “은퇴할 나이”라고 했지만 ‘중대재해법 부담 때문은 아니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는 답하진 않았다. 그는 회사 임원으로 일하는 두 아들에게도 “(지분을 가져)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으니 다른 일을 찾아보라”고 권하고 있다. 주력 제품이 화학물질과 중금속 처리, 고열 작업 등을 거치는 업역이고, 기업 규모도 상당해 만약의 경우 중대재해법 처벌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공정경제 3법’, 중대재해법 등 ‘기업 죄악시 법안’의 입법에 속도가 붙으면서 일자리·국부 창출에 앞장섰던 기업인들이 좌절하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 연말 간담회에서 “올해처럼 힘든 해는 1998년 외환위기 때 빼고는 없었다”고 한탄했을 정도다.

12일에는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범죄 양형기준까지 대폭 상향했다. 공청회 등 남은 절차가 있지만, 개정 양형기준이 그대로 적용되면 사망사고를 낸 기업인은 중대재해법과 산안업 2중 처벌을 받게 된다. 기업 규모에 따라 1∼3년 준비할 수 있던 중대재해법 시행의 여유도 없어진다.

아무도 이들 법의 취지에 담긴 선의는 부정하진 못할 것이다. 사람의 목숨만큼 중한 건 세상에 없다. 하지만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그 원인이나 책임 소재와 상관없이 기업인만 처벌하는 것이 마냥 선의는 아닐 것이다. 처벌보다는 예방이 먼저여야 하는데, 정부가 그 책임만 기업인에게 뒤집어씌우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재계가 호소하는 경영 부담 증가, 기업·인재·기술 해외유출 우려 등을 고민했는지도 의문이다.

앞으로도 더 있다. 여당은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집단소송법, 징벌적손해배상제법, 유통산업발전법 등의 또 다른 기업 적대 법안을 처리하려 들 것이다. 재계의 한 인사는 “다음달 국회가 끝나면 재·보궐선거고,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 정권의 동력이 그 결과에 따라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여당이 죽기살기로 달려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익공유제도 걱정이다. 이 또한 선의겠지만, 강제적이고 반시장적인 발상이다. 특히 여당은 “코로나19로 인해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을 완화, 해소하는 방안 중 하나”가 이익공유제라고 하는데, 그 방안을 찾는 것은 기업이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의 일이다.

도덕성이나 선의로만 평가받는 세상이 아니다.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은 경제력이 좌우한다. 정치력은 저 바닥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빠르고 강한 경제 회복을 원한다면 기업 활력을 갉아먹는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기업을 때리는 대신 업어주고 격려해야 대통령이 강조한 회복, 포용, 도약의 공간도 넓어진다.

나기천 산업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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