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비번 찾기..남은 두번에 2600억원이 달렸다
[경향신문]
10년 전 만든 비밀번호는 무엇이었을까. 남은 기회는 단 두번. 두번 시도 만에 비밀번호를 풀지 못하면 2억380만 달러(약 2600억원)를 잃는다.
영화 속 이야기처럼 긴장되는 안타까운 일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남성에게 일어났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독일 출신 프로그래머 스테판 토마스의 사연을 보도했다.
토마스는 10년 전 비트코인 관련 영상을 제작하고, 7002 비트코인을 받았다. 당시 1 비트코인의 가치는 2~6달러(약 2194원~6582원)였다. 토마스는 전자지갑에 비트코인을 넣어둔채 잊고 지내다 최근 비트코인의 가치가 급증했다는 소식을 듣고, 비트코인을 현금화하기 위해 전자지갑에 접근했다. 그러나 그는 10년 전 비밀번호를 적어둔 종이를 잃어버렸고, 어떤 비번을 설정했는지 도무지 기억하기 어려웠다.
비트코인 전자지갑은 시스템상 10회 입력 오류가 발생하면 내장된 하드디스크 드라이브가 완전히 잠긴다. 토마스는 자신이 주로 사용했던 비번들을 조합해 시도했지만, 8번 실패했다. 이제 남은 기회는 두번뿐이다. 토마스는 뉴욕타임스에 “요즘은 그냥 침대에 누워서 비밀번호가 무엇인지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가치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는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지난해부터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12일 기준 1비트코인은 3만4000달러(약 3700만원)를 돌파해 토마스가 가진 비트코인 가치는 약 2억380만 달러(약 2600억원)에 달한다.
뉴욕타임스는 “암호화폐의 특성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비밀번호를 잃어버리고, 재산이 잠겨있다”며 “그들은 보유자산이 급등하는 것을 보면서도 현금화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지켜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암호화폐데이터 회사인 체인널리시스는 “1850만 비트코인 중 1400억 달러(약 153조원)에 달하는 20% 정도가 분실되거나 전자지갑 안에 잠겨있다”고 밝혔다. 비밀번호 복구 업체인 웰럿은 최근 비트코인 가치 상승 이후 한 달 전보다 세배나 많은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토마스 역시 비번을 찾아주면 보유한 비트코인의 10%를 달라는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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