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커진 경찰 '기강 다잡기'.."초동조치 미흡했던 오원춘·이영학 사건, 되풀이 안 돼"
'업무해태 엄중 조치' 경고
성비위·차별 유의도 당부
[경향신문]
경찰청이 전국 시·도 경찰청에 무사안일·업무해태 시 엄중 조치, 성비위 경계, 차별발언·욕설 유의 등의 지시를 내렸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국가수사본부 출범으로 몸집이 커진 경찰이 내부 기강 다잡기에 나선 것이다. 경찰청은 초동대응이 도마에 오른 ‘오원춘·이영학 사건’을 거론하며 “경찰 명예를 실추시키는 대형 악재는 안 된다”고 경찰 구성원들에게 당부했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8일 17개 시·도 경찰청에 ‘국민체감 경찰개혁 완수를 위한 복무 지시’ 공문을 발송했다. 이 공문에는 ‘무사안일·업무해태로 인한 국민 피해 발생 시 엄중 조치’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표적으로 살인 후 시신 훼손을 저지른 오원춘 사건과 중학생 딸 친구를 추행 후 살해한 이영학 사건이 예시로 거론됐다. 경찰청은 “(이들 사건은) 경찰 명예를 실추시키는 대형 악재”라며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고 초동조치 미흡 등 미온적인 업무 태도에서 기인했다”고 밝혔다.
자체 수사종결권을 가진 ‘책임수사 기관’이란 새 위상에 걸맞은 공정한 법집행도 주문했다. 경찰청은 경찰 구성원들에게 “사회적 지위, 인종, 성별 등에 따른 차별 없이 사건 접수부터 피해자 보호에 이르기까지 공정한 법 집행을 체질화하라”고 당부했다. 또 “정치적 중립 의무를 준수하라”고도 했다.
최근 잇달아 발생한 경찰관 성비위에 대해서도 경계의 목소리를 내놨다. 경찰청은 “조직 신뢰를 저해하고 공직자로서의 품위를 손상할 수 있는 일체의 의무 위반 행위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탈북민 보호 경찰이 탈북 여성을 성폭행하거나 경찰이 동료 여성 경찰의 신상을 온라인에 유출해 성폭력을 유도한 사건이 불거졌다.
경찰청은 온라인상 차별 발언이나 욕설에도 유의하라고 지시했다. 최근 직장인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 애플리케이션에 ‘양천 아동학대’ 사건으로 경찰에 쏟아지는 비난에 경찰 관계자가 조롱조로 반응한 글이 게시돼 논란이 됐다.
경찰청은 “국민이 체감하는 경찰개혁 완수를 위해서는 국민 입장에서 진정성 있는 복무자세 확립이 중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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