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서울시장 도전자들 '어게인 2011'..이번엔 누가 웃을까
나경원 "독한 결심·섬세한 정책으로 서울 재건축" 출마 선언
오세훈·안철수 향해선 "변곡점마다 현 정권에 도움 준 사람"
[경향신문]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13일 공식화했다. 향후 오세훈 전 서울시장까지 출마를 확정하면 야권 경선은 2011년 서울시장 선거의 악연으로 얽힌 ‘거물급’ 3인의 각축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0년 전 패배의 기억이 남아 있는 만큼, 후보들 모두 ‘과거와의 싸움’이 당면 과제로 떠오르게 됐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먹자골목 일대에서 출마 선언식을 열고 “독한 결심과 섬세한 정책으로 서울을 재건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의 출마로 야권의 서울시장 경선 대진표는 사실상 확정됐다.
야권의 거물급 후보 3명은 2011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물러난 시장’(오세훈)과 ‘양보한 주자’(안철수), ‘패배한 맞수’(나경원)라는 인연으로 묶인다. 당시 선거 패배의 직간접적 이유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결자해지’의 책임도 있다. 후보마다 ‘과거와 다르다’는 메시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나 전 의원은 선거 패배 책임론과 거리를 두고 있다. 그는 “중요한 정치 변곡점마다 이 정권에 도움을 준 사람”이라며 오 전 시장과 안 대표에게 화살을 돌렸다. 나 전 의원은 2011년 선거와 관련해 “당의 권유에 의해 굉장히 어려운 때 당을 위해 출마한 사람”이라는 입장이다.
‘금수저’ 이미지를 탈피해야 하는 점도 큰 과제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나 과거 ‘고액 피부과’ 논란, 자녀의 입시비리 의혹 등으로 인해 서민들과 괴리된 이미지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2019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시절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로 기소된 점은 여전히 악재로 남아 있다.
과거 그림자를 벗어나야 하는 상황은 오 전 시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10년 전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서울시장직’을 걸어 선거의 원인을 제공했고, 당시 한나라당은 이 선거에서 패배하며 지도부 총사퇴·재창당 등의 내홍을 겪은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무상급식 투표가 보수정당 몰락의 시발점” “오 전 시장의 대권 욕심이 화를 불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 전 시장은 최근 라디오 방송에서 “(무상급식 투표라는) 정치적 판단은 목표나 정책적 측면에서 올발랐지만, 방법은 과도했다”고 밝혔다.
안 대표의 경우 과거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보인 모습이 발목을 잡고 있다. 2012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당시 민주통합당 후보)과 단일화 협상을 벌였으나, 여러 마찰 끝에 돌연 후보직을 사퇴했다.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선 김문수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와 단일화 논의가 있었으나 대치 끝에 무산됐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은 안 대표의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강조하며 ‘불신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안 대표가) 중도 지지표를 독점하고 있는 양 이야기하는 것은 천만의 말씀”이라며 “안 대표도 눈이 있으면 좀 보시라”고 했다.
안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과는 거리를 두며 ‘아동학대 예방 간담회’를 여는 등 정책 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 과정에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최후에 단일 후보로 선출된 뒤 모든 지지자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며 “우리의 상대는 여권 후보”라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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