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도구 된 '월성원전 안전성'..시민들 "진상조사" 목소리 커져

박광연·박순봉·이정호 기자 입력 2021. 1. 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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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이번엔 '삼중수소' 공방
시민단체 "민관 합동 조사를"

[경향신문]

기준치의 18배에 달하는 방사성물질 누출로 불거진 경주 월성원전 안전성 논란이 격화하고 있다. 방사성물질을 보관하는 월성원전 내 구조물 손상이 의심되고, 누출 방지시설이 허술한 구조로 만들어졌다는 정황이 확인되면서다. 야당이 “과학적 사실이 아니다”라고 비판하자, 여당은 “감사원의 편향 감사와 유사한 주장”이라고 맞받는 등 정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시민사회에서는 민관 합동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환경특별위원회 등에 소속된 의원 34명은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성원전 방사성물질 누출은 20~30년간 가동한 노후 원전의 총체적 문제가 드러난 사건”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지난해 조사 결과 월성원전 부지 지하수에서 기준치의 18배에 달하는 ℓ당 최대 71만3000㏃(베크렐·방사능 측정 단위)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전성 우려가 불거졌다. 삼중수소는 인체 유입 시 유전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민주당 의원들은 방사성물질을 보관하는 월성원전 시설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수원이 환경특위에 보고한 내용을 보면, 월성 4호기 사용후핵연료 집수정에서 또 다른 방사성물질인 감마핵종이 발견됐다. 감마핵종은 이를 보관하는 사용후핵연료 수조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투과할 수 없는데도 수조 외부에서 검출된 것이다. 이들은 “수조 손상이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방사성물질 누출을 막는 시설 구조도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월성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수조 방수시설은 1㎜ 두께의 에폭시라이너가 칠해져 있다. 다른 원전들이 6㎜ 두께의 철판으로 만들어진 것과 대비된다. 월성 2호기 뒤편 관측정에서는 다른 관측정보다 10~100배 많은 ℓ당 최대 2만8200㏃의 삼중수소가 검출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민주당 의원들은 18일 월성원자력본부를 방문해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월성원전 관련 감사원 감사 결과와 검찰 수사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여야는 이번 누출 논란을 두고도 공방을 이어갔다. 월성원전이 있는 경북 경주가 지역구인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월성 1호기 폐쇄에 대한 검찰 수사를 무력화시키려는 정치적 의도” “제2의 광우병 선동”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바나나 6개, 멸치 1g 수준의 삼중수소”라며 위험한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차원의 대응에 나서겠다면서 “경제성만 따진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처럼 정략적으로 안전성 문제를 도외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 건강과 밀접한 사안인 만큼 정치권이 공방의 소재로 삼기보다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각에선 삼중수소의 위험성을 소량의 멸치나 바나나 섭취에 비유하지만, 수십년간 낮은 수준으로 삼중수소에 노출됐을 때 나타날 문제를 예측한 과학적 자료는 부족하다. 한병섭 한국원자력안전방재연구소 이사는 “유전자에 삼중수소가 파고들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삼중수소와 감마핵종이 원래 있어야 할 설비 밖으로 샌 만큼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익중 전 동국대 의대 교수(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는 “어디에서 샜는지, 얼마나 많이 퍼졌는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뭘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국회는 전문가와 환경단체, 한수원이 참여하는 합동조사위를 조속히 구성하라”고 밝혔다.

박광연·박순봉·이정호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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