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인이 사건에 살인죄 적용, 아동학대 인식 전환 계기 삼아야
[경향신문]
생후 16개월 된 여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양천 아동학대 사건(정인이 사건) 양모에게 검찰이 살인죄를 추가했다. 13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의 첫 재판에서 서울남부지검은 살인 혐의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삼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지난달 양모가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된 후 양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분이 크게 일었다. 췌장이 파열될 정도로 참혹한 학대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면, 아동학대치사죄가 아니라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아동학대 사건에서 살인죄를 적용하는 사례가 늘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 아동학대방지 전담공무원 등이 활동하는 현장에서는 여전히 학대방지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정인이 사건의 경우 세 번이나 아동학대가 신고됐음에도 양천경찰서에서는 모두 ‘혐의 없음’으로 처리됐다. 지속적인 아동학대가 살인에 준하는 중대범죄라고 인식했다면 해당 경찰서에서 세 번의 신고를 대충 넘겼을 리가 만무하다. 보호자의 변명만 듣고 돌아선 것이 결국 정인이를 죽음에 이르도록 방치한 셈이 됐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부모가 훈육 차원에서 아동에게 손을 댔다고 하면 관대하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관련 기관 종사자들이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해자는 ‘내 아이를 내가 때린 게 무슨 잘못이 있느냐’고 항변하기 일쑤다. 경찰관 등이 아동학대 사건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아동학대 치사죄를 적용하느냐, 살인죄를 적용하느냐는 법적인 영역의 문제이다.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하라’는 것으로만 아동학대를 근절하기는 어렵다. 관련 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동학대에 대한 안이한 기존의 사회 인식으로는 이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민법 제915조의 자녀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이 통과됐다.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는 부분을 삭제한 것이다.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체벌을 정당화해선 안 된다. 더불어 아동학대는 중대범죄라는 인식이 폭넓게 자리 잡아야 한다. 살인 혐의가 추가된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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