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관인은 어떡하죠" 당시 담당자들도 위법성 인지 [김학의 불법출금 논란]
피의자 신분 아니던 김학의 출금
법무부, 향후 법리논쟁 예상 적시
"공문서 위조는 범죄.. 법치 훼손"
법조계, 법무부 해명 일제히 비판
이용구 "불법주도 보도에 유감
출금관련 구체절차는 알지 못해"
검찰 고위간부 등 연루자 많아
독립적 특임검사 임명 목소리
13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차관에 대해 긴급출국금지를 하기까지 법무부 외국인·출입국정책본부 담당자들은 절차적 위법성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된 공익신고서에 담긴 담당자들 간 대화 내용에도 나온다. 이들은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금요청서가 통상적인 요청서와 다른 점을 두고 “양식과 관인도 어떡하죠”라거나 “과장님도 보시고 걱정하심”이라는 대화를 나눴다.
당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으로 출금요청서를 신청한 이규원 검사는 신청자 명의를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이규원 검사’로 수정한 뒤 다시 공란으로 남기기도 했다. 출금요청은 ‘수사기관의 장’이 가능하도록 돼 있는 데다 수사와 무관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출금요청 자격이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 전 차관에 대한 불법출금 논란이 가열되면서 법조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정유미 인천지검 부천지청 인권감독관(부장검사)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사들은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수사활동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게 판단한다”며 “그 인권이 설령 당장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인간들의 인권이라 해도 마찬가지”라고 적었다. 이어 그는 “검사들이 급하게 구속영장 청구할 때 임시번호를 붙였다가 나중에 제대로 사건번호를 붙이는 게 관행이냐”며 “그래서 ‘임시번호’로 출국금지한 것도 비슷한 관행이니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자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날 한 언론으로부터 김 전 차관의 긴급출국금지 아이디어를 처음 낸 인물로 의혹이 제기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마치 긴급출금 전 과정을 기획하고 불법을 주도한 것처럼 표현한 기사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당시 김 전 차관이 출국할 것에 대한 국민 우려가 커지자 신속히 출국을 막을 필요성 및 재수사 필요성을 과거사위에서 권고하는 방안을 언급한 것일 뿐”이라며 “실제 출국금지를 요청하는 수사기관의 소관 부서나 사건번호 부여 등 구체적 절차는 잘 알지 못했고 관여할 수도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법무부와 검찰에 전·현직 관련자들이 많고, 검찰 고위 간부들까지 연루됐다는 점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별도 수사팀을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윤 총장이 공정한 수사를 위해 직접 임명하는 독립적인 특임검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김선영·이창훈·이희진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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