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치사 혐의 부인' 정인이 양모 "때렸지만 소장·대장 찢어지게 하진 않아"

현화영 2021. 1. 1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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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정인 양 양모에게 살인죄 적용 / 장씨 측은 살인은 물론 학대치사 혐의도 부인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양부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13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생후 16개월이었던 입양아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양모 장모씨에게 검찰이 아동학대치사에 이어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장씨 측은 아이에게 훈계 차원에서 폭력을 행사한 사실은 있지만, 살인은 물론 학대치사 혐의도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13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학대·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장씨의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남부지법은 1971년 개원 이후 처음으로 높은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중계법정 2곳에서 공판과정을 생중계했다.

공판에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유기·방임)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양부 안모씨도 참석했다.

 
검찰은 이날 ‘주위적 공소사실’로 살인죄를 적용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기존 공소 혐의였던 아동학대치사죄는 ‘예비적 공소사실’로 적용됐다.

살인죄 혐의에 대한 사법부 판단을 먼저 구하고, 살인죄가 입증되지 않으면 아동학대치사죄에 대한 판단을 요구한다는 의미다.

법조계에 따르면 장씨에게 살인죄 혐의가 인정되면 형량은 크게 늘어나게 된다.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르면 아동학대치사는 양형 기준이 기본 4~7년, 가중 6~10년이지만, 살인죄는 기본 10~16년에 가중 요소 부여 시 무기징역 이상 선고가 가능하다.

공소장에서 검찰은 “피고인 장씨는 지속적인 학대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생후 16개월 된 피해자의 복부에 강하게 근력을 행사하면 사망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피해자의 양팔을 강하게 흔들어 탈골되게 하고, 복부를 때려 넘어뜨린 뒤 발로 복부를 강하게 밟았다”고 그동안의 조사 결과를 밝혔다.

이어 “이로 인해 췌장이 절단돼 600㎖ 상당의 복강 내 출혈 등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했다.

검찰은 이전 공소장에선 “‘불상의 방법’으로 피해자의 등 부위를 둔력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만 적시했었다.

검찰은 법의학 전문가 의견과 피고인의 심리분석 결과 보고서 등을 토대로 장씨에 대한 살인죄 적용을 검토해왔다. 그 결과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생후 16개월에 사망한 입양아 정인 양의 양어머니 장모씨. 연합뉴스
 
이날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선 장씨는 살인은 물론 아동학대치사 혐의마저 부인했다. 폭행한 사실은 있지만, 폭행으로 인해 아이가 사망에 이를 줄을 몰랐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장씨 측 변호인은 “누워있는 피해자의 등과 배 부위를 평소보다 세게 손으로 밀듯이 때린 사실이 있고 날로 쇠약해진 아이에 대한 감정이 복받쳐 양팔을 잡아 흔들다 가슴 수술 후 후유증으로 인한 통증으로 피해자를 떨어뜨린 사실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아이를 발로 밟은 사실 등은 없다며 “고의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겨드랑이나 머리를 가격한 사실이 없고, 다만 훈계로 때린 사실은 인정하지만 소장과 대장을 찢어지게 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이날 검찰은 장씨가 15회에 걸쳐 영아인 피해자를 홀로 방치했다고도 주장했는데, 장씨 측은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아동유기, 방임 등에 대해선 일부 인정했다.

장씨의 남편 안씨는 정인 양 학대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 했다. 

13일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정인 양의 양부 안모씨가 탄 차량이 나오자 시민들이 분노하며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서울남부지법 앞은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로 북적였다. 일부 시민들은 ‘정인아 미안해’, ‘정인아 지켜줄게’, ‘사형’ 등이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첫 공판을 마친 장씨가 법정을 떠나자 한 방청객은 “죽어라 악마 같은 X아, 정인이 살려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재판이 끝난 후 법정 앞에는 불구속 상태로 귀가하려는 양부 안씨를 보기 위해 시민들이 몰리기도 했다.

안씨는 이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 문이 열리기 전 도착해 시위대를 피할 수 있었다. 서울남부지법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피고인에 대한 신변보호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장씨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입양아 정인 양을 상습 폭행·학대하고, 10월13일 등 부위에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정인 양은 사망 당시 소장과 대장 장간막열창, 췌장이 절단돼 있었다. 머리뼈와 갈비뼈, 쇄골, 다리뼈 등 곳곳이 부러져 있거나 부러졌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씨 부부는 지난해 초 생후 6개월이던 정인 양을 입양했지만,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학대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이달 초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서 자세히 다뤄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정인 양 양부모의 다음 공판은 다음달 17일 진행된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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