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서울' 공대 졸업생의 비애 "지원서 30곳에 냈지만.. "

김동준 2021. 1. 13.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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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쇼크' 민간기업 채용 축소 악순환
중장년 세대 고용시장 충격파 여전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도 16.5만명↓
'일용직·여성' 일자리 도미노 타격
13일 오후 서울 성동구청 내 성동구 희망일자리센터에서 관계자들이 관내 기업들의 구인 정보들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통계청

"동생이 (작년) 상반기부터 생산직도 가리지 않고 30곳 이상 지원서를 냈는데, 서류 합격도 못했어요."

13일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는 동생의 어려운 구직 여건을 걱정하는 사연이 올라왔다. 이른바 '인(In) 서울' 중상위권 공과대학을 졸업했지만, 지난해 내내 서류 합격 통지조차 못 받았다는 것이다. 작성자는 "학점 3점대 중반, 오픽(OPIC), 공정실습·교육 각 2번이면 나름 괜찮은 '스펙'이라고 생각하는데, 요즘 너무 힘든지 위로도 못 하겠다"며 "동기들이나 선후배 모두 비슷한 상황이라고 한다"고 적었다.

◇'취업 한파' 내몰린 청년층= 이는 비단 특정 사례로만 치부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2030 세대를 중심으로 고용 타격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실제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2020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20대(360만1000명)와 30대(536만4000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각각 14만6000명, 16만5000명 쪼그라들었다.

2030 세대를 통틀어 30만명 넘게 일자리가 증발한 셈이다. 이에 따라 청년 고용률도 급감했다. 특히 20대(55.7%)의 경우 2.5%포인트(p) 줄었는데, 모든 연령층 중에서 낙폭이 가장 컸다. 20~24세(41.1%)는 2.4%p, 25~29세(67.6%)는 2.8%p씩 감소했다. 30대(75.3%)도 0.7%p 떨어졌다.

이처럼 젊은 층 취업자가 고꾸라진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이 신규 채용에 나서지 않으면서 빚어진 현상으로 풀이된다. 앞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0년 하반기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5명 이상 민간기업의 채용계획 인원(지난해 10월~올해 3월)은 25만3000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를 보였다. 연초 신규채용뿐 아니라 연말 경력채용까지 고용시장 전반이 얼어붙은 것이다.

중장년 세대도 고용 충격을 맞았다. 이미 재작년부터 '빨간불'이 들어오기 시작한 40대(634만6000명) 취업자가 15만8000명 줄었다. 50대(635만6000명) 역시 8만8000명 감소했다. 반대로 정부의 '재정 일자리' 덕을 본 노년층만 훨훨 날았다. 60세 이상(507만6000명) 취업자는 37만5000명 급증하며 다른 연령층과 대조를 이뤘다. 정부 일자리가 포함된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취업자도 3만6000명 증가했다.

◇'취뽀 아닌 취포'…구직단념자 최대= 문제는 고용 상황이 나빠지면서 구직을 단념한 인구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비경제활동인구(1667만3000명)에 속하는 구직단념자(60만5000명)는 7만3000명 증가했다.

'쉬었음' 인구(237만4000명)도 28만2000명 늘었는데, 20대(8만4000명) 증가율이 25.2%로 가장 높았다. 취업하기 힘들어진 고용시장 여건 탓에 취업 자체를 포기한 사람도 덩달아 늘어난 것이다.

인적 자원에 크게 의지하는 우리나라 특성상 인구감소 추세와 맞물리며, 잠재 성장률 하락 등 부작용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부터 2024년까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연평균 2.0% 수준에 머물 것으로 추정했다. 또 노동의 잠재성장기여도는 생산인구와 취업자 수 증가 폭이 둔화하면서 직전 5년(2015~2019년)과 동일한 수준(0.0%p)에서 정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자영업자·임시직·여성도 타격= 코로나19는 2030 세대뿐 아니라 자영업자나 일용직 같은 '약한 고리'도 골라 때렸다. 비임금근로자 중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415만9000명)는 9만명 늘어난 데 반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137만2000명)는 16만5000명 감소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후폭풍이 일었던 1998년(-24만7000명) 이래 최대 감소 폭이다. 더구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늘 때 일반적으로 같이 증가하던 무급가족종사자(104만2000명)도 외려 3만5000명 줄었다. 무급 가족종사자는 자영업자의 가족이나 친인척 등 임금을 받지 않고 같이 일하는 사람을 뜻한다. 그만큼 자영업 사정이 나빴다는 얘기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도소매업(-16만명)과 숙박음식점업(-15만9000명) 고용이 감소하면서 임시·일용직도 가혹한 한해를 보냈다. 전체 임금 근로자 가운데 임시 근로자(448만3000명)와 일용 근로자(132만8000명)는 각각 31만3000명, 10만1000명 감소했다.

여성도 타격을 입긴 마찬가지다. 전체 취업자에서 남성(1538만1000명)이 8만2000명 감소할 때 여성(1152만3000명)은 상대적으로 큰 13만7000명 줄었다.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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