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하고 섬세하게" 나경원, 출마 선언..여권·안철수 겨냥

박준우 기자 2021. 1. 13.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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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앵커]

나경원 전 의원이 오늘(13일)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독하고 섬세하게'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현 정권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해 날을 세웠습니다. 여당에서도 박영선 장관이 움직임이 빨라지는 모양새인데요. 박준우 반장이 보궐선거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나경원/전 국민의힘 의원 : 문재인 정권은 우리의 기대를 배반하고 말았습니다. 서울시는 또 어떻습니까. 전임 시장의 성범죄 혐의로 인해서 서울시는 리더십마저 붕괴되고 말았습니다.]

출마 선언도 예능 출연 순인가요. 박영선 중기부장관에 앞서 같은 예능에 먼저 출연했던 나경원 전 의원이 오늘 선수를 쳤습니다.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 건데요. 출마 선언 장소는요? 의원 시절 자신의 지역구였던 서울 동작구가 아니었습니다. 용산구 이태원 해밀턴 호텔 뒤편 먹자골목을 택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서울의 경기 침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곳이라고 판단한 건데요. 이태원의 한산한 거리는 미장센이라고 보면 될 거 같습니다. 경기 침체를 극복해 다시 활기찬 거리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일종의 연출 도구였던 거죠.

[나경원/전 국민의힘 의원 :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분들을 대거 '코로나19 위기대응 특별 채용'으로 뽑아서 코로나19 사각지대 관리 업무를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코로나, 부동산, 교육 문제 등과 관련한 정책도 쏟아냈지만요. 오늘의 일성은 '타도 민주당'이었습니다.

[나경원/전 국민의힘 의원 : 국민들의 경고와 분노에도 문재인 정권 전혀 반성할 줄 모릅니다. 누군가는 숨어서 눈치 보고 망설일 때, 누군가는 모호한 태도로 일관할 때, 저 나경원 선명하게 투쟁의 깃발을 올렸습니다.]

나 전 의원까지 출마를 선언하면서 야권의 '응답하라 2011' 캐스팅 라인업은 모두 정해졌습니다. 안철수, 오세훈, 나경원 이렇게 세 사람이 주연을 맡았는데요. 모두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인물들입니다. 먼저 '삼천포' 말고 '사직표'역의 오세훈 전 서울시장입니다. 2011년 재보궐선거의 출발점이죠. 당시 단계적 무상급식안을 도입하겠다며 시장직을 내걸었습니다. 주민투표에서 무상급식안을 채택해달라며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감성 승부수를 띄우기도 했는데요. 결국 주민투표에서 무상급식안이 부결되면서 진짜 '사직표'를 던지고 말았죠.

[오세훈/당시 서울시장 (2011년 8월 26일) : 이렇게 도중 하차하는 것이 정말 가장 가슴 아프고 평생에 남을 후회가 될 만큼 사무칩니다. 저는 비록 오늘 물러나지만 서울의 그 꿈, 여러분들이 반드시 이뤄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안철수 나오면 안 나온다는 조건부 출마선언을 했다가 김종인 비대위원장에게 공개 저격당했죠. 거기다 안철수 대표마저 회동을 취소해버리면서 살짝 스텝이 꼬였습니다.

다음으로 양보다 질인데 양보를 선택한 남자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입니다. '성덕선'이 아니라 '도화선'역을 맡았습니다. 당시 야권 후보직을 두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통 큰 양보를 했죠. 결국 박 전 시장이 그 양보에 힘입어 최종 당선됐습니다.

[안철수/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2011년 10월 27일) : (지지하시는 후보가 당선된 건데 이번 선거 결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말 축하드리고 싶은 마음이고 그리고 또 지지하신 분뿐만 아니라 지지하지 않은 분들의 마음도 헤아려 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하나 더 바람이 있다면 정말 약한 사람들 약자들 편에 서시는 시장이 되셨으면 한다 그런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잠깐 숨은그림찾기를 하자면요. 안 대표 옆에 선 사람 현 사건 반장님 아닌가요? 그때나 지금이나 뿔테 안경은 트레이드 마크였나 봅니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그 때 안 대표의 통 큰 양보가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4·7 보궐선거의 도화선에 불을 당긴 셈이 됐습니다. 이번엔 진영만 다를 뿐 야권 단일화의 중심에 선 인물이란 점도 똑같습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해서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확보해달라는 것이 야권 지지자들의 지상명령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요구를 무시하고 또는 거부한다면 그것은 야권 지지자들이 등을 돌리실 겁니다.]

이쯤 되면 평행이론인가 싶지요. 마지막으로 '성보라' 말고 '날보라'역의 나경원 전 의원입니다. 오 전 시장이 물러난 뒤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었죠.

[나경원/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 (서울시장 출마선언 / 2011년 9월 23일) : 서울 시민들이 저를 선택해주시면, 세심하고 부드러운 힘으로 서울을 멋지게 변화시켜 보겠습니다.]

환하게 웃고 있는 나 전 의원, 하지만 이번엔 좀 달라진 게 있다면 부드러움 대신 독기를 품었다고 합니다.

[나경원/전 국민의힘 의원 : 정말 우리가 독한 결심과 그리고 섬세한 그런 정책으로 이제 서울시를 재건축해야 합니다. 지난 10년, 국민의 삶과 생각은 너무나 변했지만, 서울은 제자리에 멈춰버리고 말았습니다.]

후보들도 10년 전 제자리인데요. 아무튼 독해진 나를 봐달라는 나 전 의원, 경쟁자인 안철수 대표에게도 곧바로 독설부터 날렸습니다.

[나경원/전 국민의힘 의원 : 쉽게 물러서서 유불리를 따지는 사람에겐 이 중대한 선거를 맡길 수 없습니다. 중요한 정치 변곡점마다 결국 이 정권에 도움을 준 사람이 어떻게 야권을 대표할 수 있단 말입니까?]

홍준표 의원도 잠깐 카메오로 등장합니다. 10년 전 한나라당 대표로서 보궐선거를 지휘하고 있었죠. 나 전 의원은 출마 선언 전날인 어제 홍 의원을 만났는데요. 전직 상관에게 덕담을 들었다면서도 오세훈, 안철수 두 사람과는 확실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도했습니다. "한 분은 박원순 시장을 만들어준 분이고, 또 한 분은 자리를 내놓으신 분"인데 본인은 "당의 권유에 의해 굉장히 어려울 때 출마한 사람"이라는 거죠. 같이 결자해지로 묶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결국 국민의힘은 이제 새로운 인재 영입은 내려놓은 걸까요? 오세훈 전 시장, 나경원 전 의원을 포함해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후보만 10명인데요. 이제 새 인물을 찾아 나서기 보다 일단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 간 경선에 집중하는 분위기입니다. 안철수 대표와의 단일화도 중요하지만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뜻대로 국민의힘 이름으로 후보를 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자는 거죠. 안 대표를 향한 러브콜에 적극적이었던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도 이제는 논조가 좀 바뀌었습니다.

[정진석/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 (화면출처 : 유튜브 '국회대학교') : 통합이라는 얘기를 했지만 무슨 제가 당대당 합당을 당장 하자거나 무슨 뭐 전당대회를 하자거나 이런 얘기는 한 적 없습니다. 저도 안철수 대표에게 입당을 권유하고 있고 우리 당의 많은 후보들도 같은 생각이고.]

정 위원장은 국민의힘 초선 모임에 강연자로 나섰는데요. 언택트 화상 강연에서 저런 말을 한 겁니다. 당의 수장인 김종인 위원장과 발을 맞춰 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되는데요. 안철수 대표를 겨냥해 연이어 쓴소리를 내뱉었습니다.

[정진석/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 (화면출처 : 유튜브 '국회대학교') : 중도층이 대거 국민의힘으로 몰려왔기 때문에 그런 결과(국민의힘 지지율 1위)가 나오는 거예요. 안철수 대표도 눈이 있으면 좀 보시라 이거지. 왜 중도층은 자기가 독점하고 있는 듯이 그렇게 얘기하냐 이거야. 아니, 대통령 대선 포기하고 시장 나오겠다고 얘기하고 다 좋아요. 그런데 어떤 방식으로 하겠다는 이야기는 여지껏 안 해. 계속 간만 봐.]

이제 여권을 좀 살펴볼까요? 여권에선 이제 박영선 중기부 장관에게 눈이 쏠리고 있습니다. 박 장관은 표면적으로는 서울시장 출마 여부보다 현재 맡고 있는 중기부 장관으로서의 소임에 집중하겠다는 분위기입니다.

[박영선/중소벤처기업부 장관 (BBS '박경수의 아침저널') : 그 얘기는 좀 이제 당분간 좀 그만했으면 좋겠는데요. 제가 그냥 1월 안으로 결정하겠다고 말씀을 드렸고요. 왜 그러냐 하면 지금 중소벤처기업부의 이런 버팀목자금이라든가 이런 것들의 진행 상황을 좀 마무리할 필요가 있어 보이고요.]

반면 박 장관은 새해 들어서면서 민주당 의원들과의 스킨십도 늘려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 지역 의원들과 소규모로 만남을 이어가면서 당내 기반 다지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인데요. 박 장관이 대중적 인지도는 높지만 친문이 주류인 당내 경선에선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당내 경선이라는 1차 관문부터 뚫기 위해 당 내부 공략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어제는 예능에 출연하며 대중과의 인간적인 소통에도 나섰는데요. 관련 이야기는 들어가서 더 해보겠습니다.

오늘 야당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나경원, 여권·안철수 겨냥 '독한' 출마 선언…박영선, 조용한 담금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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