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亞 제패 '금손' 조수혁, "주연 욕심 없어, 뛰는 자체로 행복"

이현민 입력 2021. 1. 13. 18: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탈코리아=울산] 이현민 기자= 신들린 선방 쇼로 울산 현대의 아시아 제패를 이끈 조수혁(33)이 다시 뛴다.

조수혁은 지난달 카타르에서 막 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든든히 골문을 지켰다.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대회에 불참한 조현우의 빈자리를 확실히 메우며 울산이 2012년 이후 8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오르는데 일조했다.

이달 초 자가 격리를 마친 조수혁은 지난 11일 ACL에 참가했던 일부 멤버들과 팀 훈련에 처음으로 합류했다. 밝은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낸 그는 아끼는 동생이자 선의의 경쟁자인 조현우와 구슬땀을 흘리며 새 시즌 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울산클럽하우스에서 마주한 그에게 자가 격리를 어떻게 보냈느냐 묻자 “갈 곳 없는 어린 동생들을 데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흘렀다. (정)동호, (홍)철, (이)근호 형과 온라인 게임을 많이 했다. 혼자 유튜브 방송도 했다”고 전했다.

지난 시즌 울산은 K리그1과 FA컵에서 전북 현대에 밀려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때문에 ACL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다. 막상 뚜껑을 열자 선수들은 즐겼다.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고, 압도적인 내용과 결과로 승승장구했다. 가장 우려됐던 골문은 조수혁이 버티고 있으니 흔들림 없었다. ‘저 선수가 어떻게 No.2’라고 의문을 자아낼 만큼 빼어났다. 울산은 2020년은 그간의 준우승 설움을 단번에 날린 해피엔딩이었다.

조수혁은 “추억은 좋은 추억과 안 좋은 추억이 있는데, 지난해에는 뜻깊고 또 하나의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고 뿌듯해했다.

조수혁은 ACL 우승 직후 조현우의 등번호 No.21이 새겨진 유니폼을 들고 세리머니를 해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조)현우와 1년 동안 운동을 같이 해서 많이 생각났다. 카타르에서 옆에 현우가 없으니 빈자리가 느껴졌던 건 사실이다. 다행히 3일에 한 번씩 경기해서 그렇게 심할 정도로 생각나지 않았다”면서, “밖에서 한 번 만났다. 평소 연락을 자주한다. 가끔 영상 통화도 한다. 매일 보던 느낌이라 이번 소집 때 크게 설레지 않았다”고 웃었다.

따뜻한 마음만큼 본인의 주가도 올랐다. 이미 오래 전부터 실력과 경험이 출중한 조수혁을 지켜본 팀이 많았다. ACL 이후 더욱 뜨거워졌다. 그렇지만 늘 그랬듯 울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2번이 아닌 1번이 되고 싶은 욕심이 있을 텐데, 그래서 물었다. '1번 골키퍼가 되고 싶은 마음 없느냐'고.

조수혁은 “솔직히 마음 한구석에 그런 생각은 있다. 하지만 나는 주연보다 조연이 좋다. 영화를 예로 들면 모두 주연을 원하지, 엑스트라를 하고 싶지 않을 거다. 주연, 조연, 엑스트라, 스태프, 시나리오, 조명 등 모든 게 뒷받침돼야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진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각자 역할이 있다. 팬들께서도 이런 역할을 하는 선수가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 위치를 지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은퇴한 친구, 선배들과 연락하면 운동하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느낀다. 내가 꼭 뛰어야겠다는 큰 욕심은 없다. 그렇지만 항상 준비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서두에서 언급했듯 조수혁은 온라인 방송(유튜브)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ACL 직후 팬층이 더 늘었다. 새롭게 부임한 홍명보 감독은 “이런 모습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오프라인에서 팬들과 마주할 수 없어 아쉽다. ACL이 끝나고 유튜브 구독자가 1,500명 정도 늘었다. 인스타그램 팔로우도 증가했다. 온라인에서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멋쩍게 웃었다.

이제 조수혁은 홍명보호의 일원으로 함께 한다. 동고동락했던 동료 다수가 팀을 떠났다. 다음달에는 클럽월드컵에 참가한다.

조수혁은 “올해로 프로 14년차인데 어느 팀이든 나가고 들어오고 변화가 많다. 거기에 적응이 됐다. 무덤덤하다. 친한 동료와 더 하고 싶은데, 한 사람의 직장이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인 뒤, 홍명보 감독이 첫 대면 후 어떤 메시지를 던졌냐고 물으니 “감독님이 팀적으로 가장 중요한 건 선수, 인간으로서 태도-약속-행복이라 하셨다. 그 중에서 태도를 가장 많이 강조하셨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대하고 팬들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태도의 진정성이 필요하다. 충분히 공감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클럽월드컵에 관해 “우리 선수들이 부상 없이 즐기다 왔으면 좋겠다. 승부에 연연하면 다치고 자기 플레이를 못할 수 있다. ACL처럼 즐기면서 결과를 받아들이면 된다. 개인적으로 출전 유무에 상관 없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스포탈코리아, 한국프로축구연맹
취재문의 sportal@sportalkorea.co.kr | Copyright ⓒ 스포탈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탈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