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법 개정해달라"..'임금협상 타결' HMM 노사, 해수부 장관 만난다
임금협상 타결 계기로 선원 건의 청취, 장관 직접 챙겨
'선원법 개정' 최우선 개선과제, 선원 처우 현실화 요청
해운재건 위한 인적투자 병행, HMM과 소통활성화 기대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최근 임금협상으로 진통을 겪었던 HMM(011200) 노사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을 만난다. HMM 해상·육상노조는 문 장관에게 선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선원법 개정 등을 적극 건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파업 위기까지 몰렸던 HMM내 갈등의 본질이 선원들의 열악한 처우였던만큼 이번 임금협상 타결을 계기로 선원법 개정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재훈 HMM 사장과 전정근 해상노조위원장, 우영수 육상노조위원장은 오는 14일 오후 세종청사에서 문 장관과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만남은 HMM의 2020년 임금협상 타결을 계기로 HMM의 경영정상화 이행 추진상황 점검 및 노사 건의사항 등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에선 문 장관과 김준석 해운물류국장 등이 참석한다.
약 30분간 이뤄질 이번 면담에서 문 장관은 배 사장으로부터 HMM 임금협상 추진경과를 보고 받고 양 노조위원장으로부터 건의사항을 청취할 예정이다. 이번 만남은 지난달 31일 오후 11시30분께 극적으로 타결된 HMM 임금협상의 후속 조치로 그간 HMM 노조가 강하게 주장해 온 선원 처우 개선 등의 목소리를 주무부처 장관이 직접 챙기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HMM 노조는 이번 면담에서 문 장관에게 선원법 개정을 강력히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선원들에게 적용되는 선원법은 특별법으로서 근로기준법의 상위법에 해당한다. 현재 선원법에 따르면 선원들은 1개월간 313시간 근무(시간외근로 등 포함)할수 있다. 하지만 해운산업 특성상 갑작스런 문제나 사고로 인해 불가피하게 추가 근무를 해야하는 상황이 빈번하다. 문제는 313시간 이상 일해도 추가 임금이 없다는 점이다.
HMM 노조 측은 “선원들의 임금은 포괄임금의 개념으로 지급 중인데, 법에서 보장하는 근로시간을 초과한 근무가 빈번하지만 이에 따른 보상은 전무하다”며 “선원법은 선원들에게 일만 시키도록 보장하고 선원 처우는 전혀 개의치 않는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선원들이 일하는 시간만 법으로 보장하는 게 아니라 보상에 대한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예컨대 항해사의 경우에도 1개월간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근무를 해야하지만 승선 중 휴일은 없다. 해양경찰이나, 어업관리단 같은 경우는 출동과 동시에 소정의 근로시간을 제외하곤 모든 시간이 시간외 근로로 가산되지만 선원들은 선원법에 묶여 별도의 보상이 없는 만큼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다. 전정근 HMM 해상노조위원장은 “우리나라 선원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선 삶과 일의 균형에 대해 선원법이 보장해줘야 한다”며 “특별법으로서의 지위를 갖기 위해선 반드시 지금보다 나은 조건으로 개정돼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선원법은 폐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이날 면담에서 HMM 노사는 △장기승선에 따른 해수부 산하 공무원 채용시 가산점 제공 △해기면허 면접 합격률 상향 조정 등도 건의키로 했다.
해운재건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정부에서도 최근 HMM에서 노사간 임금협상 문제로 갈등이 확대되자, 재빠르게 수습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HMM은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해운재건의 기반을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설비투자 등에만 초점을 맞춰 정작 선박에서 일을 하는 선원 등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에는 다소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꾀하는 해운재건을 위해서도 선원 처우 개선 등의 후속조치가 필요한 만큼 향후 HMM, HMM 노조 등과의 활발한 소통이 절실한 상황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일과 삶의 균형을 전혀 맞출 수 없는 직업이 선원직이기 때문에 지금 동남아 선원들을 거쳐 개발도상국 선원들로 채워지고 있다”며 “수출입 물동량의 99.7%를 해상으로 하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자국선원을 양성하지 않는다는 것은 바다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향후 해운재건에 있어 인적 투자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유 (thec9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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