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핏하면 나와 잘 던졌는데 저 연봉이라고?" KT 팬들이 뿔났다

장민석 기자 2021. 1. 1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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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좋아 FA 신청 포기한 유원상은 8000만원
홀드왕 주권은 연봉 조정 신청 들어가
KT에 남고 싶어 FA 신청을 포기한 유원상의 올해 연봉은 8000만원이다. / 송정헌 스포츠조선 기자

작년 8월 KT 불펜투수 유원상(35)의 아내 김보경씨가 인스타그램에 쓴 글이 야구 팬들의 가슴을 적셨다.

김보경씨는 수원 KT위즈파크에 걸린 유원상의 사진을 올리며 ‘다온이 아빠가 이 일을 하는 10년 동안 야구장에 사진이 걸린 것은 올해가 처음이에요. (중략) 어느새 훌쩍 자란 아이가 우리 아빠 마법사 팀인데 왜 사진이 없느냐며 울먹이는 질문에 (중략) 다온이가 일곱 살이 되면 아빠 사진 꼭 걸릴 거야 하고 내년을 기약했죠. (중략) 바로 오늘! 야구장 갔다가 아빠 사진 발견하고 다온이랑 꼬옥 껴안고 울었던 이야기. 누구에게는 별것 아닌 일일지 모르지만 저희에겐 너무 간절히 바라던 특별한 일이라 너무 뭉클하고 감개무량하답니다’라고 썼다. 한 저니맨 야구 선수를 남편과 아빠로 둔 가족의 따뜻한 이야기에 팬들도 뜨거운 성원을 보냈다.

유원상은 2021시즌 프로 15년차를 맞이하는 베테랑 투수다. 고교 때만 해도 한기주, 나승현과 함께 ‘빅3’로 꼽혔다. 한화는 2006 KBO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유원상을 뽑았다. 당시 2차 지명 1라운드에서 한화가 데려간 선수가 류현진이다.

한화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성장이 더뎠던 유원상은 2010시즌 한화에서 5승14패를 기록한 뒤 이듬해 LG로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차명석 투수 코치의 권유에 따라 중간 계투로 전환해 2012시즌 21홀드, 2014시즌 16홀드로 활약하며 ‘믿을 맨’으로 자리 잡는 것 같았다. 2012시즌 활약에 힘입어 2013년엔 처음으로 억대 연봉(1억25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2015시즌부터 구위가 떨어지며 출전 횟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유원상은 2017년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NC로 이적했다. 하지만 2018시즌 평균자책점 6.46, 2019시즌 5.23으로 부진을 이어갔다. 결국 NC에서 방출된 그는 KT의 부름을 받고 작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마지막 기회 같았던 2020시즌 그는 KT에서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62경기에 나와 2승1패 2세이브 9홀드로 불펜의 핵심 역할을 하며 KT가 창단 후 최고 성적인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후반에 갈수록 힘이 떨어지긴 했지만 6월(평균자책점 1.96)과 8월(0.75), 눈부신 투구로 KT의 불펜을 든든히 지켰다.

유원상은 시즌이 끝나고 엠스플뉴스와 인터뷰에서 “내 야구 인생을 돌아봐도 손꼽을 만큼 기쁜 한 해였다”며 “KT와 이강철 감독님이 좋은 기회를 주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즌이 끝나고 생애 첫 FA 권리를 얻었지만 행사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불펜에서 워낙 좋은 활약을 펼쳤고, FA C등급이라 원하는 팀이 있을 법도 했지만 KT에 남기로 일찌감치 결정했다.

유원상은 “FA를 하는 것보다는 나를 좋아해 주고 지켜주는 분들을 믿고 계속 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KT 소속이 된 지는 1년밖에 안 됐지만, 여기가 좋았고 여기에 남고 싶었다”고 FA를 신청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유원상은 연봉 협상 끝에 2021시즌, 지난 시즌보다 100% 인상된 연봉 8000만원을 받게 됐다. 그러자 많은 KT 팬들이 아쉬움을 나타냈다. ‘구단이 너무 안 챙겨줬다’는 것이 팬들의 대체적인 여론이다.

유원상은 지난 시즌 62경기로 주권(77경기)에 이어 팀 내 등판 횟수 2위였다. 6월엔 두 번이나 더블헤더 1·2차전에 모두 등판하는 등 16번이나 마운드에 올라 혹사 논란이 나오기도 했다.

더구나 유원상은 FA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구단을 믿고 처우를 맡겼던 상황이었다. KT가 상징적인 의미로 1억원을 제시했다면 향후 다른 선수들도 유원상의 예를 보고 구단에 연봉을 위임하는 신뢰의 프로세스가 가능할 수 있었다.

KT는 정교하게 만든 연봉 평가 시스템을 활용하기 때문에 시스템에서 벗어난 연봉 환산은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 시스템이 옳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전체적으로 불펜 투수들의 고과가 너무 낮게 평가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KT의 불펜 투수 주권은 최근 연봉 조정 신청을 했다. / KT 위즈

지난 시즌 KT의 뒷문을 든든히 지킨 주권(26)은 현재 연봉 조정을 신청한 상황이다. KT는 주권에게 2억2000만원의 연봉을 제시했지만, 주권은 2억5000만원을 요구했다.

성적을 보면 주권은 할 만큼 했다. 2019시즌 6승2패2세이브 25홀드, 평균자책점 2.99로 맹활약한 주권은 2020시즌엔 6승2패 31홀드, 평균자책점 2.70으로 ‘홀드왕’을 차지했다. 작년 피안타율이 0.213이었는데 득점권에선 0.182로 떨어졌다. 동점 상황에선 피안타율이 0.125, 1점차 이내 접전 상황에서도 0.195로 위기에 강했다.

2019시즌 75.1이닝으로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주권은 작년에도 70.0이닝을 던졌다. 두산과 벌인 플레이오프에서도 1~4차전에 모두 등판했다.

주권은 작년 시즌 당시 혹사 논란이 벌어지자 “자주 써도 되고 자주 나가도 된다”며 이강철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연봉 조정에 앞서 야구 팬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주권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조현우(27)도 KT 불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원이었다. 5승1패 1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3.09를 기록한 그는 6월 평균자책점 2.89, 7월 2.89, 10월 2.89 등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 조현우는 3000만원에서 4500만원 오른 7500만원에 계약했다. 공헌도를 생각하면 아쉬울 수 있는 액수다.

연봉 협상 과정에선 응당 잡음이 나기 마련이다. 구단이나 선수가 모두 만족하는 협상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작년 정규시즌 2위라는 최고 성적을 올린 KT의 연봉 평가 시스템이 불펜 투수들의 공헌도를 제대로 평가하고 합당한 연봉을 책정했느냐에 대해선 많은 팬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KT는 작년 10월 이강철 감독과 3년 20억원에 재계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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