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부통령, 美의사당 난입 사태 후 트럼프와 결별..그의 미래는?

이철민 선임기자 2021. 1. 1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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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미 하원이 민주당 주도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25조에 의거해 내각 과반수의 동의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축출하라는 결의안을 논의하고 있을 때에, 펜스 부통령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에게 ‘거부’의 뜻을 분명히 밝히는 공개 서한을 보냈다. 그 전날 밤(11일) 트럼프가 하원의 이 같은 움직임에 조바심을 내, 펜스를 백악관으로 불러 1시간 가량 대화한 뒤에 나온 편지였다. 백악관 측은 “좋은 대화를 나눴고, 앞으로 남은 1주일을 논의하고, 지난 4년간 업적을 회고했다”고 밝혔다.

2016년 미 대선에서 승리한 뒤,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집회에서 나란히 서서 웃고 있는 트럼프와 펜스. 그러나 펜스는 지난 6일 "대선 결과를 거부하라"는 트럼프의 지시와 의사당 난입 사건을 계기로 트럼프와의 정치적 관계를 청산했다고, 미 언론은 전한다.

하지만, 미 언론들은 “지난 6일 트럼프 지지 시위대의 미 의사당 난입 폭력 사건 이후 지난 4년간 트럼프 곁을 한결같이 지켰던 펜스도 트럼프와 완전히 갈라섰다”고 보도했다. 펜스 부부와 자녀가 폭도들을 피해 상원의장실로 이동했다가 다시 의회 내 지하 장소로 옮겨 은신하고 있을 때에, 트럼프는 “마이크 펜스는 우리나라와 헌법을 지키기 위해 해야 할 것을 해야 하는 용기가 없었다”고 트윗했고, 폭도들은 “펜스를 목 매달자(Hang Mike Pence)”를 외치며 다녔다. 트럼프는 자신의 부통령 가족이 의회에 있는 것을 알면서도, 다음날까지도 펜스에게 안부를 묻는 전화조차 안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두 사람간 균열은 펜스가 그토록 충성하고 굴종적이었던 관계의 놀랄만한 종지부(capstone)”라고 평했다. 트럼프가 2016년 대선 유세 때 “여성의 성기(性器)를 움켜쥐고”라며 여성 편력을 떠벌린 육성(肉聲)이 공개됐을 때도, 2019년 하원이 탄핵 발의했을 때에도 트럼프를 지켰던 펜스였다.

◇트럼프, 6일 아침까지도 펜스에게 “역사의 애국자냐, 겁쟁이냐 선택하라”

트럼프는 6일 아침에도 의회로 가는 펜스에게 “역사에 애국자로 남을 것이냐, 겁쟁이(pussy)로 남을 것이냐”고 전화하며, 미 대선 결과를 거부하라고 압박했다. 그리고 트럼프 지지자들이 이제 “교수형에 처하라” “사형시켜라”고 의회 안팎에서 공개적으로 떠드는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의회 난입 사태 이후 11일 저녁까지 펜스와 전화 통화도 하지 않았다. 수많은 도전을 견뎌온 트럼프와의 파트너십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지난 4년간 펜스는 공식 참석자 명단에 없어도, 늘 트럼프가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했다. 다른 일정이 없으면, 거의 매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트럼프와 수시간을 보냈다. 트럼프가 쏟아내는 온갖 자극적인 발언을 옹호하고, 심지어 자신의 참모들에게도 트럼프 험담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 펜스가 이제 “4년간 혀를 깨물고 침묵하며, 자존심을 삼키고 참아왔던 보스와 결별”(NYT)한 것이다.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펜스가 트럼프의 엉터리 짓(bullshit)에 진저리를 친다”고 표현했다. 물론 펜스가 당장 ‘험담’을 쏟아낼 것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는 트럼프와 마찰을 줄이며, 임기 마지막 날까지 갈 것이라고 한다.

◇”그가 있어서 행운” “총살해야” “정치생명 끝났다” 갈리는 평가

펜스에 대해선 정파(政派)에 따라 평가가 갈린다. 트럼프 백악관에서 국내정책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던 조 그로건은 “펜스같이 점잖고 합리적이고 분별력 있는 사람이 있어서 운이 좋았다. 만약 그가 최근 수개월간 대통령을 조언했던 트럼프 측근들처럼 미친 사람이었으면, 지금 미국은 더 큰 유혈사태를 맞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공화)은 “펜스가 옳다고 믿고 하는 모든 행동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UC 버클리 로스쿨 교수인 존 유는 뉴욕타임스에 “펜스는 자신이 결코 앞으로 대통령이 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임무[6일 바이든 승리 선언]를 수행했다”고 평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미국을 위대하게(MAGA)’ 정치기반에게 펜스는 정치적 보복의 대상일 뿐이다. 트럼프 지지 음모론자인 린 우드 변호사는 아예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인 팔러(Parler)에 “펜스를 총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민주당 측에서도 펜스가 지난 4년간 트럼프가 미국 민주주의를 훼손할 때에 뭘 했느냐고 묻는다. 톰 말리노스키 하원의원(민주)는 “민주적 정부 체계를 전복하지 않기로 했다고, 그 사람을 용기 있다고 하기는 좀 어렵다”고 말했다. 공화당에서도 반(反)트럼프 진영에 속한 선거전략가인 스투어트 스티븐스는 워싱턴포스트에 “펜스는 (정치 입문 전) 라디오쇼에서 자신이 주창했던 가치관을 모두 버리고 이 사람[트럼프]을 택했으니, 이렇게 끝나는 것”이라며 “자신이 속한 정당의 지지세력이 야유하는 정도가 아니라 ‘교수형’을 외친다면, 공화당에서 펜스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고별 파티서, 직원들에게 4분간 기립 박수 받아

의사당 난입사건 다음 날인 7일 펜스는 백악관에 가지 않았다. 8일도 백악관 길 건너편에 위치한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거기서 아내 카렌과 딸이 참석한 가운데, 직원들과 작별 파티를 했다. 직원들은 그가 사용했던 ‘각료 의자’를 선물했고, 4분간 기립 박수를 했다.

펜스는 오는 20일 조 바이든의 대통령 취임식 행사에 참석한 뒤, 고향인 인디애나와 워싱턴 DC를 오가며 책을 쓰고, 2022년 중간선거에서 미 의회를 탈환하기 위해 공화당 의원들을 돕는 캠페인을 할 것이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세제 개혁과 종교적 자유 보장, 규제 완화 등 트럼프 정책을 뒤집으려는 것에 대해 반대 여론을 조성하는 글도 쓸 것이다. 또 돈벌이를 위해, 수익이 짭짤한 강연도 하고 기업의 이사회 멤버 직도 알아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펜스의 2024년 미 대선 꿈은 현재로선 아무 것도 예측할 수 없다. 트럼프가 재도전할 수도 있고, 어느 경우에든 트럼프의 MAGA 기반은 펜스의 정치적 삶을 힘들게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펜스는 직원들과의 작별 파티를 마치며, 비서실장 마크 숏이 보낸 ‘디모데후서 4장7절’이란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다”는 성경 구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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