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둔 서울시 '선심'..콜센터 직원, 정규직 전환해준다

최현재 2021. 1. 1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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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기관 3곳 134명 직고용
시장선거 석달 앞두고 추진
서울교통公 거액 적자 불구
예산 전부 떠맡아 내부 반발
市 "고용부 지침 따른 권고"
서울시가 최근 3년 새 산하기관 무기계약직 2737명을 일반직으로 전환한 데 이어 연내 민간 위탁 콜센터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에 따른 예산 증가분을 산하기관이 자체적으로 부담하도록 해 "생색은 서울시가 내고, 고통은 우리가 부담하느냐"는 비판이 산하기관에서 나오고 있다. 또한 4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시장대행 체제인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이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까지 추진하는 건 '독단'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산하기관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서울교통공사, 서울신용보증재단 등 3곳의 민간 위탁 콜센터 근로자 134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지난달 말 각 기관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로 소상공인·중소기업 융자 지원 업무가 폭증한 서울신용보증재단을 제외한 SH공사와 서울교통공사는 정규직 전환을 놓고 실무 논의를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콜센터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자체를 온전히 산하기관 예산만으로 감당해야 하는 점이다.

서울시의 '제2차 노동정책 기본계획'에 따르면 시는 올해 134명, 2022년 6명의 민간 위탁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계획했지만 소요 예산은 '0'으로 책정했다. 정규직 전환 비용은 고스란히 산하기관이 떠안아야 한다.

산하기관들은 벌써부터 반발이 거세다. 특히 지난해 '1조원가량'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서울교통공사는 콜센터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놓고 뒤숭숭한 분위기다. 지금도 재정이 '풍전등화'인 상황에서 향후 예산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정규직 전환을 밀어붙이는 게 온당하느냐는 지적이다. 앞서 서울교통공사는 2018년 무기계약직 1285명을 일반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진 바가 있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달갑지 않게 보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 당시 일반직으로 전환된 일반업무직 434명에는 구내식당과 목욕탕, 매점 직원까지 포함돼 있어 힘들게 입사한 공채 직원을 중심으로 '역차별'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은 해야 하지만 소요 예산은 알아서 처리하라는 것 아니냐"며 "재정이 더 악화되면 또 자구 노력하라고 압박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은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른 것"이라며 "산하기관 직고용도 강제 사항이 아닌 서울시 권고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파견·용역의 정규직화는 기관의 노사 및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 결정하도록 돼 있다"며 "정규직화에 따른 비용도 산하기관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4월 예정된 차기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지속적인 인건비 증가 요인이 될 직고용을 권고한 것은 무리한 시정 운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지난해 11월에도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예산 791억원이 투입되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착공을 강행한 바 있다.

김병민 경희대 행정학과 객원교수는 "정규직 전환 문제는 앞으로 사회적 분쟁이 일어날 여지가 큰 핫이슈"라며 "이렇게 민감한 건은 현재 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서울시가 아닌 차기 서울시장 체제에서 결정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고용부 지침에 따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인 2019년부터 준비해온 사안"이라며 "공사들과 협의를 통해 효율적 방법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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