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수위 높여놓고 기준은 '깜깜이'..시행령 전쟁 벌어질 판[중대재해법 혼선]
위법 인지도 모르고 사용한 기업들만 뒤통수 맞을 수도
지하철·찜질방에 같은 기준 적용해선 안돼..세부조정 필요
◇중대시민재해부터 중대산업재해까지 총체적 난국=중대시민재해는 법적 정의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특정 원료와 제조물의 결함으로 발생한 재해’에서 ‘특정 원료’가 무엇인지 중대재해법에서는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정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원료가 주된 원료인지, 원료 비율이 섞여 있으면 어떤 제조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등 해석의 문제가 남아 있다”며 “실무적 혼선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대로라면 기업이 특정한 원료가 사용자에게 해가 될 수 있다고 인지한 경우 안전을 위한 책임을 다해야 처벌을 면할 수 있다. 특정 원료가 무엇인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사업자가 이를 인지했는지, 이를 관리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를 규명하는 모든 문제가 논란거리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원료와 제조물에 관한 문제가 포괄적이어서 어떤 물질에 주의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며 “기업은 중대재해법의 적용 대상인지도 몰랐다가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면책을 위한 ‘안전 관리 보건 관리 체계의 구축’을 세부적으로 규정하는 것도 어려운 과제다. 시민재해의 발생 범위에는 도시철도, 여객선, 항공기, 다중 이용업소 등이 대상이다. 지하철과 찜질방의 안전 기준이 같을 수는 없다. 발생 현장에 따라 기준 역시 다르게 규정해야 한다.
그나마 산안법에서 기준을 찾을 수 있는 ‘중대산업재해’의 경우도 논란이 불가피하다. 중대재해법의 형량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산안법보다 높다. 산안법과 형량이 다른데 같은 기준을 사용할 수는 없다. 경총 관계자는 “경영 책임자를 더 엄격하게 처벌하는 법이기 때문에 요건 역시 보다 엄격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을 때부터 예견된 결과···‘시행령 전쟁’ 불가피=시행령을 제정하는 과정에서의 갈등은 김용균법 때보다 더욱 첨예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상반기 내내 양대 노총은 도급 금지와 도급 승인 확대를 요구했고 재계는 범위 확대에 강력히 반대했다. 기존 산안법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과정에서도 노사 단체가 충돌한 것이다.
중대재해법은 더 큰 논란이 불가피하다. ‘중대시민재해’라는 법 개념이 새로 등장했다. 적용 범위가 넓고 처벌 수위도 높다. 산안법의 법정 최고형은 ‘7년 이하의 징역’인데 중대재해법은 ‘1년 이상의 징역’이고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도 있다. 하지만 용어의 정의,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의 의무 등이 모호한데다 기준을 하위 법령에 위임시켜놓았다. 지난해 12월 중대재해법 제정 과정에서 교육·법무·산업통상자원·보건복지·환경·고용·국토교통·중소벤처기업부와 소방청 등 9곳이 국회를 찾아 법안 수정을 논의한 데서 이 법이 미칠 파장을 가늠할 수 있다.
경총 관계자는 “특정 원료가 무엇인지에 대한 부분은 대통령령에 위임도 시켜놓지 않았다”며 “이를 규정하자고 하면 ‘법에서는 모든 원료나 제조물에 대해서 중대시민재해로 정해놓았는데 왜 범위를 좁히느냐고 반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급하게 법안을 제정할 때부터 예견된 결과’라며 위헌 시비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형벌의 요건은 명확해야 한다는 명확성의 원칙, 죄를 지은 만큼 처벌해야 한다는 책임주의 원칙에 위반하는데다 산안법 규정보다 죄질이 나쁘지 않은 경우에도 처벌 요건이 강력한 것은 평등의 원칙에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노사 양쪽으로부터 비판받는 상황은 예고된 결과”라며 “헌법 소원, 위헌 법률 심판 제청이 분명히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변재현기자 방진혁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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