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50km 날아가 손 내밀었지만 빈손 귀국길
이란에 억류된 선원과 선박의 조기 석방을 교섭하기 위해 이란으로 갔던 정부 대표단이 성과 없이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정부는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교섭을 이어가기로 했지만, 선박 억류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 "해양 오염 때문" VS "증거 미제출 용납 못해"
이란 측은 억류는 해양 오염과 관련된 기술적인 사안이라는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국이 요구한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공정하고 신속한 사법 절차의 진행과 선원들에 대한 인도적 대우, 영사접견 보장 등은 우리 측에 약속했습니다.
최종건 차관은 억류 이후 일주일 이상이 지났는데도 이란 측이 해양 오염에 대한 일말의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이란 측이 납득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고 신속한 절차를 통해 억류를 해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외교부는 이란이 증거를 제시할 경우 이란의 선박 억류가 국제법 위반 소지는 없는지 등을 따져보기 위해 대표단에 국제법률국 관계자를 포함했지만, 아직 관련 증거를 받지 못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 측이 증거를 제시하거나 정보를 주지 않는 상황에서 안타깝게도 우리가 '국제법 위반이다,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 "이자까지 내라" VS "현실 직시해야"
원유 수출 동결자금 70억 달러 활용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당초 한국과 이란은 코로나19 백신을 우회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했습니다.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중앙은행 총재는 현지시간 11일 테헤란에서 최종건 외교부1차관을 만나 한국의 은행에 동결된 이란 석유수출대금의 이자까지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한국에 대한 불만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기자 브리핑에서 한국 내 이란 동결 자산에 대한 질문에 "한국 내 이란 자산 동결 문제는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란 정부는 지금까지 일어난 일에 대해 만족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 차관은 한국이 미국의 이란 제재를 이유로 원화 자금을 부당하게 동결하고 있다는 이란 측 불만에 대해, 한국과 미국 금융시스템이 상호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원화 자금 활용 극대화를 위해서는 미국과 협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란 측이 이런 현실을 직시하면서 원화 자금의 원활한 활용 방안 모색을 위해 적극 협조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 "예견된 이란 반발 못 막은 이유 복기해 봐야"
다만, 최종건 차관 방문에 이란의 핵심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면담에 응하고, 면밀히 대화를 나눈 것 자체는 성과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어도, 대화의 물꼬를 튼 만큼 이제 본격적으로 협의에 들어가면 된다는 겁니다.
한국 외교의 입장에서는, 예상됐던 이란의 돌발 행동과 반발을 조기에 막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선 돌아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국내 최고 이란 전문가인 유달승 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는 "원유수출 대금 문제는 한국 뿐 아니라 일본도 마찬가지인 상황인데, 일본의 경우 그동안 지속적으로 이란과의 교착된 상태를 풀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를 많이 취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은 총리도 이란에 방문했고, 차관도 몇 차례 이란을 방문하는 등 다각적 외교 채널을 총 가동해서 이란과의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암묵적인 시그널을 보내왔다는 겁니다.
유달승 교수는 "이란이 계속 한국을 문제로 삼는 건, 2000년 이후 한국이 최대 교역국이 되고, 이란 가전 시장의 80% 이상을 한국이 독점하고, 한류 열풍까지 불었는데도 그런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정치적 태도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유 교수는 "우리 정부의 소극적 대처가 이란 내 팽배한 반미 감정과 맞물려, 한국인에 대한 여러 이미지와 반응이 상당히 부정적인 기류로 흘렀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유 교수는 "이번에 대화의 물꼬를 튼 만큼, 이번 위기를 기회 삼아 이란과의 관계를 획기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김경진 기자 (kj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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