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세심판원, "한진家 비밀계좌 개설 자체가 탈세목적"

구자창,손재호 2021. 1. 1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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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조정실 조세심판원은 "해외 비밀계좌 개설 자체에 탈세 목적이 내포돼 있다"는 이유로 범 한진가(家) 2세들의 스위스은행 비밀계좌 등에 대한 거액의 상속세 부과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1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심판원은 한진가 상속인들이 국세청의 상속세 부과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심판 청구를 기각하면서 "스위스 비밀계좌의 개설, 인출, 은닉 등 행위에 탈세 목적이 내포돼 있다"며 "탈세를 가능하게 하는 행위로 보기에도 사회통념상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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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비밀계좌 탈세목적 첫 결정
상속인들 '계좌 존재 몰랐다' 주장
서울 중구 한진빌딩의 모습.


국무조정실 조세심판원은 “해외 비밀계좌 개설 자체에 탈세 목적이 내포돼 있다”는 이유로 범 한진가(家) 2세들의 스위스은행 비밀계좌 등에 대한 거액의 상속세 부과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해외 비밀계좌를 개설한 행위 자체에 탈세 목적이 있다고 본 심판원 결정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1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심판원은 한진가 상속인들이 국세청의 상속세 부과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심판 청구를 기각하면서 “스위스 비밀계좌의 개설, 인출, 은닉 등 행위에 탈세 목적이 내포돼 있다”며 “탈세를 가능하게 하는 행위로 보기에도 사회통념상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해외은행에 비밀계좌를 만든 것 자체로 탈세 목적의 사기·부정행위라는 점이 추정된다는 취지다.

상속인들은 처음에는 스위스 계좌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는 입장을 취했다. 고의적으로 스위스 계좌를 상속재산으로 신고하지 않은 것이 곧 사기행위라는 국세청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단순 신고 누락’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검찰이 2018년 10월 조양호 전 회장의 상속세 포탈 혐의를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불기소하면서 ‘단순 무신고’라고 적은 점도 근거로 들었다.

심판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서울남부지법이 2019년 6월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해외계좌 미신고 혐의를 유죄 선고하면서 “스위스 계좌의 존재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시한 게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 심판원은 조양호 전 회장의 불기소장에 대해서도 “국세부과는 전문심리기관인 조세심판원이 독자 판단할 사안”이라며 “의미 없이 기재된 내용에 구속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상속인들은 공방에서 불리해지자 “조 전 명예회장의 사망 전 인출된 돈의 행방까지 알았다고 단정할 순 없다”며 첨예하게 맞섰다. 적어도 스위스 계좌에서 빠져나간 5000만 달러(약 580억원)에 대한 상속세 부과만큼은 납득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심판원은 그러나 조남호·조정호 회장의 유죄 판결문을 근거로 “스위스 계좌의 존재를 인지했으니 상속개시 전 자금인출 사실도 알았을 것으로 합리적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양호 회장은 조 전 명예회장이 숨지기 4년 전부터 후계자로 경영전반에 참여했다”며 “상속을 앞두고 스위스 계좌에서 수백억원이 인출된 사실이 몰랐다는 건 일반인의 상식에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상속인들은 조 전 명예회장이 살아 있을 때 일어난 일을 자신들의 사기행위로 보는 건 부당하다고도 항변했다. 하지만 심판원은 상속세법이 상속개시 전 인출자금도 상속재산으로 추정하고 상속인이 사전에 인출재산의 존재를 확인할 의무가 있다며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전문가는 “심판원이 비밀계좌 개설에 그 자체로 탈세 목적이 있다고 본 건 이 사건이 처음”이라며 “향후 소송이 벌어질 경우 이를 세법상 사기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자창 손재호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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