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인재 몰려온다"..코로나·경제 다 잡은 대만, 즐거운 비명

이유정 2021. 1. 1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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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1일 대만에서 새해 맞이를 위해 모인 군중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도 몰려드는 해외 인재와 기업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나라가 있다.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방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 대만이 그곳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2일 “코로나19 방역 성공과 풍부한 일자리가 외국인들을 대만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대만에서 거주 자격을 허가받은 외국인은 지난해 11월 기준 79만 2401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2019년 같은 기간 78만명 5341명, 2018년 75만 8583명을 뛰어넘는 수치다. 기업가 체류 허가도 지난해 10월까지 820건으로 집계돼 2019년의 358건보다 2.3배 증가했다고 한다.

코로나19에 전 세계에서 인적·물적 이동이 크게 줄었지만 대만으로 이주하는 외국인은 오히려 늘고 돈도 몰렸다는 얘기다. SCMP는 그 배경으로 대만의 낮은 코로나 확진자 수와 외국인 친화적인 일자리 제도를 꼽았다.

인구 2400만명의 대만은 지난 5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코로나 누적 확진자 수가 817명에 그쳤고, 사망자도 7명에 불과했다.

대만 당국은 코로나19 유행 초반이던 지난해 2월 초 중국 우한을 비롯한 해외 입국을 전면 차단하고, 확진자에 대한 철저한 격리·추적 정책을 폈다. 이후 6~7월 입국 제한을 점진적으로 완화했다가, 이달 초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유입이 확인된 이후 다시 외국인에 대한 입국을 차단한 상태다.

대만에 정착하는 외국인이 늘었다는 건 대만에 들어와 있던 외국인들이 고국으로 가는 대신 장기 체류를 택했거나, 봉쇄 완화 시기에 대만행을 택한 외국인들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SCMP에 따르면 실제 지난해 1월 업무차 대만을 경유했다가 코로나19로 발이 묶인 모로코 태생의 하스나 파테히(40)는 3년간의 기업가 체류 허가를 신청했다. 체류 자격은 5주 만에 나왔다고 한다. 호주의 예술가가 자국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예정된 공연을 못 하게 되자 대만으로 건너온 사례도 있었다.

홍콩의 국가보안법 시행에 반사이익을 누리는 측면도 있다. 언론 자유 위축을 우려한 해외 언론사 등이 대만을 피난처로 삼으면서다. 실제로 대만 외교부에 따르면 대만 상주 외신기자들은 2019년 51개사 90명에서 지난해 말 71개사 124명으로 크게 늘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해 1월 선거에서 재선을 확정지은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EPA=연합뉴스]


적극적인 해외 인재 유치 전략도 한몫했다. 대만은 기술ㆍ금융ㆍ예술 등 8개 부문의 전문가로 인정받거나 일정 자본을 투자하면, 비자발급과 취업허가를 수월하게 내주는 '골드카드' 제도를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대만은 '경제 방역'에서도 선방하고 있다.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5% 수준으로 추산된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다. 올해 역시 2~3%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지 매체들이 대만 재무부 차이메이나(蔡美娜) 통계처장의 발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의 수출은 전년보다 4.9% 증가한 3452억 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무역 흑자도 580억 9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만 재무부는 같은 기간 한국의 수출은 5.8%, 싱가포르는 8.4% 감소했고, 일본은 작년 11월 기준 10%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SCMP는 수출 호조의 배경에 대해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ㆍ학습이 갑작스럽게 늘면서 전 세계적으로 컴퓨터 반도체ㆍ전자제품 수요가 폭증했고, 대만 경제가 이득을 봤다”고 분석했다. 대만의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TSMC의 지난해 3분기 순이익은 48억 달러로, 최근 3년 이래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주가도 50% 상승했다.

여기에 '코로나 안전지대' 대만을 찾는 이들이 늘며 내수도 탄탄하게 이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만이 코로나 피난처로 인식되면서 외국인 유입 붐이 일었다”며 “이에 따라 3분기 내수 소비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5.2%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덕분에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지지율도 고공행진 중이다. 집권여당인 민주진보당(DPP)이 지난달 2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대만인의 60.9%는 차이 총통의 국정 운영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부정평가는 36.6%였다. 조사에서 응답자의 95.1%는 “대만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코로나 대응을 잘하고 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첨예한 미·중 갈등의 틈바구니에 낀 상태에서도 차이 총통은 지난해 선거에서 재집권한 뒤, 2기 출범 때인 5월엔 지지율 74.5%를 기록하기도 했다. 역대 대만 총통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이었다고 한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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