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표 이익공유제' 3원칙 나왔지만..당에선 실효성 우려

서영지 2021. 1. 1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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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세계 대유행]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코로나19로 인한 양극화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제안한 이익공유제의 구체적 내용을 내놓았다. 이 대표는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중심에 둔 이익공유제 논의의 원칙을 제시하고 관련 내용을 발전시킬 ‘코로나 불평등 해소 티에프(TF)’(단장 홍익표 정책위의장)도 출범시켰다. 하지만 당에선 민간의 자발성에 기댄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반응부터 양극화 해소를 위한 부유세 신설 등 정부의 더 적극적 역할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제가 제안한 코로나 이익공유제는 역사상 가장 불평등한 불황을 방치하지 않고, 연대와 상생의 틀을 만들어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려는 보완적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향후 논의 과정에서 세 가지 원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이 대표는 “민간의 자발적 참여로 추진되는 것을 원칙으로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익공유방식 등을 강제하는 게 아니라 민간의 자율적 선택으로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당정은 이익공유에 참여하는 업체 등에 대한 세제 혜택이나 정책자금 지원 등 ‘후원자 구실’에 집중하는 두번째 원칙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뜻의 “팔길이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또 ‘플랫폼 경제시대에 적합한 상생경제모델 개발’도 강조하면서 “플랫폼 기업과 자영업자가 공동으로 이익을 높이면 마진율이나 수수료를 높이는 식으로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격차 등을 해결하자는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공개적으로 나왔다. 5선의 이상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취지는 공감하지만 자발적 참여는 실효성 담보가 안 된다. (민간 참여에 대한) 압박 또는 관제 기부의 위험도 있다”며 “이익 또는 손실의 산정도 형평성 시비 논란이 생길 여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자발성에 기대기보다 ‘부유세’나 ‘사회적연대세’처럼 불평등 해소에 활용하는 목적세를 신설하는 정공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세저항이나 국민거부감이 걱정된다면 시기를 3년 내지 5년으로, 대상도 최대한 최소화해 큰 부자들에게만 한정하고, (그 세금의) 용도도 빈민구제나 영세자영업자 지원, 학자금 지원 등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원으로만 특정하도록 하면 된다”고 했다.

‘이익의 공유를 강제한다’는 식의 논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이익공유제를 사회연대기금이란 이름으로 바꾸자는 제안도 나왔다. 사회연대기금으로의 변경을 제안한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부가 일단 국채 등을 통해 지원하고, 그 다음에 ‘사회연대기금’을 조성하자는 것”이라며 “누구든 어려운 사람들과 같이 나누고 싶다고 기부하면 연말 세액공제 등을 통해 보전해주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이미 돈을 많이 번 기업들은 세금을 통해 돈을 더 내고 있다. 코로나19 상황뿐 아니라 그동안 투자를 통해 이익을 더 낸 것일 수 있는데 무조건 이익을 나누라고 하면 오히려 반발을 살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기업을 압박하는 반헌법적 발상이라는 공세를 이어갔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그동안 엄청나게 걷어간 세금은 어디에 다 쓰고, 이 힘든 상황 속에 살아남은 기업에 ‘돈 좀 내라’고 압력을 가하나”라고 지적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전날 “묵묵히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국민 재산을 몰수해 바닥난 국고를 채우겠다는 여당 대표의 반헌법적 발상에 말문이 막힌다”는 논평을 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이익공유제 vs 협력이익공유제, 차이는 뭘까 이익공유제는 이 대표가 코로나19로 인한 불평등을 해소하고 ‘사회 통합’으로 이끌기 위해 야심차게 제안한 정책이다. 큰 틀에서 보면, 지난 2018년 11월 민주당과 정부가 발표한 ‘협력이익공유제’의 내용과 비슷한 면이 있다. 당시 당정이 발표한 내용은 위탁·수탁기관 간 공동의 노력을 통해 달성한 협력이익을 판매량, 영업이익 등 대기업의 재무적 성과와 연동해 공유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정부가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자율적으로 추진하면 정부가 인센티브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인센티브는 법인세 감면 등 세제혜택과 국방부·조달청 구매심사 우대, 공정거래협약 평가 우대 등이 포함됐다. 대표실 쪽은 이 대표가 제안한 ‘이익공유제’와 2년 전 당정이 발표한 ‘협력이익공유제’의 차이는 “꼭 협력하지 않더라도 코로나19로 호황을 누린 기업이 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관계자는 “2년 전 당정안은 거래관계가 있는 기업들 간에 이익이 나면 공유하자는 것이고, 이낙연표 이익공유제는 사회적 공헌 형태에 가깝다”며 “가령 ‘배달의 민족’은 수익이 오른 게 원가절감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19로 주문이 많아서 오른 만큼, 꼭 협력하지 않았더라도 이익을 나누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다만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어떤 기업을 대상으로 할지 등을 특정하진 않았다고 했다. 홍 의장은 이날 최고위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배달 웹사이트 중심으로 한 플랫폼 기업에 (이익공유제를 적용하겠다고)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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