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광고 허용' 지상파 '핑계는 끝. 정면승부만 남아"
전문가들 "이미 쪼개기 광고 성행, 변화 크지 않을 것"
공영방송 존립근거 훼손 우려돼..방지책 마련돼야
지상파 “정상화 첫 단추”…구체적 편성 논의 아직
방송통신위원회는 1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담은 ‘방송시장 활성화 정책방안’을 발표했다. 정책방안과 함께 마련된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 내용에 따르면 방통위는 방송 시장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방송 사업자별 구분 없이 방송매체에 중간광고를 전면 허용할 계획이다.
먼저 45~60분 분량 프로그램은 1회, 60~90분 프로그램은 2회 등 30분마다 1회가 추가돼 최대 6회까지 중간광고가 가능하다. 1회당 시간은 1분 이내여야 한다.
현행 방송법 및 관련 시행령들은 지상파 방송사의 중간광고를 규제하고 있다. SBS를 비롯한 지상파 3사는 하나의 프로그램을 2부, 3부로 분리 편성해 유사 중간 광고를 넣는 PCM(분리 편성 광고) 기법으로 규제의 타격을 애써 메워왔고, 이에 ‘편법 중간광고’, ‘쪼개기 꼼수’란 비판을 낳기도 했다.
이번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1~3월 중 입법예고 및 관계부처 협의 후 4~5월 법제처 심사 및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이르면 6월 중 공포될 예정이다.
지상파 3사의 입장 및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방송협회 측은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이데일리에 “사실 중간광고 허용은 진작 이뤄졌어야 할 일”이라며 “이를 시작으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방송광고 규제들이 크게 변화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또 “정상화의 첫 단추가 채워졌고 이를 시작으로 기울어졌던 운동장이 더욱 더 평탄화돼 지상파가 미디어 시장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지상파도 이러한 제도 개선을 발판으로 양질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콘텐츠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시행령 공포까지 논의 절차와 기한이 남았고, 개정안의 내용을 둘러싼 각계의 의견 수렴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만큼 각 방송사의 적용 및 편성 시스템에 구체적 변화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KBS와 MBC, SBS 측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 발표에 대한 입장 및 관련 논의 계획을 묻자 “방통위 발표와 관련한 입장 및 계획이 아직은 따로 없다”고 전했다.
그간 지상파 방송사들은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방통위에 중간 광고 허용을 포함한 방송법 규제 전반의 완화 및 개선을 요구해왔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지상파 TV 광고 매출액은 1조 2447억원으로 전년 대비 12.5% 감소한 반면 온라인 광고비는 6조 5219억원으로 14.1%나 증가했다. 프로그램 영향력 면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CJENM이 닐슨코리아와 함께 프로그램의 화제성과 영향력을 산정하기 위해 매주 발간하는 콘텐츠영향력지수(CPI)에서 지상파 프로그램들이 뒷전이 된 지는 오래이며, 시청 점유율도 매년 감소 추세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침체의 이유로 광고 수익이 제작비와 직결될 수밖에 없는 사업 구조를 들고 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비롯해 다른 국내 채널들과 제대로 된 경쟁을 하기 위해선 질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한 콘텐츠 제작비 확보를 위해선 광고 수익 마련 요건이 다른 채널들과 동등히 충족돼야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 중심의 미디어 환경 변화로 지상파가 더이상 예전의 특권적 지위를 지니고 있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방통위도 “미디어 환경 변화를 고려해 공정 경쟁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라는 취지를 밝히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만 중간광고 허용의 효과를 둘러싼 전문가들의 시각은 대체로 회의적이다. 성열홍 홍익대 광고홍보학 교수는 “이젠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을 TV 본방 사수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채널로 시청할 수 있게 시대가 변화했기 때문에 중간광고가 절대적으로 시청을 방해하는 요인이라 볼 수만은 없다. 시청 패턴과 트렌드가 이미 거스를 수 없이 변화했기 때문에 방송법 규제도 그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점에선 취지에 동감한다”면서도 “다만 지상파 중간광고를 허용해도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클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기존보다 숨통은 트이겠지만 이미 유사 중간 광고나 다름 없는 PCM이 성행하고 있던 상황이라 드라마틱한 광고 수익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간 지상파 방송사들이 낡은 규제를 이유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주장해왔는데 이제는 그 핑곗거리가 사라진 셈이니 진짜 제대로 된 콘텐츠로 승부를 펼쳐야 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시청자들의 시청권 침해와 공영방송으로서의 취지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 교수는 “중간광고 허용은 방송사가 앞으로 광고주의 목소리에 좌우되는 환경적 근거를 마련할 우려가 있다. 특히 어린이, 청소년 프로그램이라든가 메인뉴스 등 공영방송으로서의 윤리가 강조되는 프로그램에서까지 광고 수익 정책이 강화된다면 저널리즘이 취약해지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존립 근거가 사라질 수 있다”며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시청권이 침해된다. 지상파 3사의 자체적인 경영 혁신, 구체적 자정 노력 등 방안이 확보되지 않은 채 방송사들의 민원을 들어주는 건 시청자들의 권리를 생각하지 않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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