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뷰] '앙리 할아버지와 나', 70대 노인·20대 아가씨의 '좌충우돌 동거'

이향휘 입력 2021. 1. 13. 17:15 수정 2021. 1. 13.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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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숙제 던진 힐링극
신구·박소담 환상 호흡 눈길
[사진 제공 = 파크컴퍼니]
무대에 불이 켜지면 아담한 거실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소파와 책장, 거실 뒤쪽엔 오래된 갈색 피아노 한 대가 있다. '톡톡'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린다. 왼쪽 팔에 깁스를 한 노인은 다림질을 멈추고 누군가 싶어 문을 열어준다. 빨간색 치마를 입은 재기 발랄한 아가씨다. 여행용 가방을 들고 있다. 세입자 광고를 보고 왔단다. 방을 내놓은 적이 없는 노인은 매몰차게 문을 닫고 아가씨는 다시 문을 열고 몇 번의 실랑이가 오간다. 알고 보니 노인의 아들이 광고를 냈단다. 독거노인 아버지에게 혹여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방 한 칸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놓은 것이다. 시골에서 상경한 당돌한 아가씨는 저렴한 월세에 혹해 필사적으로 입주하기 위해 버틴다. 70대 노인과 20대 아가씨의 '좌충우돌 동거'는 이렇게 시작된다.

노인의 이름은 앙리(신구·이순재), 아가씨의 이름은 콘스탄스(박소담·권유리·채수빈)다. 프랑스 파리가 배경이지만 대한민국 서울이 무대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보는 '동거물'에는 공식이 있다. 처음에는 '마지못해' 같이 살고, 쉴 새 없이 티격태격하다가 마지막에야 사랑을 확인한다. 앙숙처럼 으르렁대는 전반부에는 유쾌한 웃음이 터지고, 어느 새 서로에게 물들어간 후반부엔 감동이 밀려와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 연극도 마찬가지다.

동거물엔 으레 계약서가 등장하는 법. 30쪽이 넘는 깐깐한 계약서에서 앙리 할아버지가 내건 가장 중요한 조건은 피아노를 절대 건들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절대 하지 말라는 것'은 늘 깨지게 마련이다. 호기심 많은 콘스탄스가 어느 날 건반을 치면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고, 며느리가 죽도록 싫은 앙리는 이를 기회로 콘스탄스에게 아들을 유혹해 달라는 '막장 제안'을 한다.

앙리와 콘스탄스가 엄청난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의기투합할 수 있었던 것은 둘 다 솔직한 성격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로 아픔에 공감하게 되면서 가족 같은 관계로 나아간다.

"인생은 성공하거나 실패로 가를 수 있는 게 아니야, 사랑하는 데 얼마나 성공했느냐지." 앙리의 마지막 말이 극장을 나오면서도 계속 귓가에 어른거렸다. 탄탄한 연기와 배우 4명이 벌이는 환상적인 호흡에 2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공연은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에서 오는 2월 14일까지.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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