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인이 양모에 살인죄 추가..고의성 입증이 관건
양모 측 "고의 아니다" 살인·아동학대치사 혐의 모두 부인
불구속 기소 양부도 "아내 양육 믿었을 뿐, 방치 아냐" 주장
[경향신문]
양천 아동학대 사건(정인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아동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모에게 살인죄를 추가로 적용했다. 양모 측은 “일부 폭력을 가한 것은 인정하지만 고의로 사망에 이르게 하지 않았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살인죄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단 사이에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남부지검은 13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신혁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생후 16개월 만에 학대로 숨진 정인이의 양모에게 살인죄를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검찰은 “살인죄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하고 기존의 아동학대치사죄는 예비적 공소사실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살인죄를 우선 적용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아동학대치사죄를 인정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제시한 살인죄의 기본 양형기준은 징역 10~16년으로 아동학대치사죄(징역 4~7년)보다 높다. 피해자가 영아였던 점 등이 가중요소로 고려되면 무기징역 이상 중형 선고도 가능하다.
검찰은 “기소 후 추가로 확보한 사망원인에 대한 전문가 의견 등에 따르면 사인은 ‘발로 밟는 등 복부에 가해진 넓고 강한 외력에 따른 췌장 파열 등 복부손상과 이로 인한 과다출혈’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고의성에 대해선 “외력의 정도와 피고인의 심리분석, 학대경위 등 범행 전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인식과 이를 용인하는 의사가 있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기소 후 법의학자들의 재감정과 양모의 심리분석 등을 거쳐 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양모 측은 피해자 골절 등을 초래한 폭력을 일부 행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살인 혐의는 부인했다. 변호인은 법정에서 “일부 폭행 또는 과실이 사망에 인과관계가 있을 순 있으나 고의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사망원인에 대해서는 “배와 등 부위를 손으로 밀 듯이 때린 사실이 있고 피해자가 밥을 먹지 않는다는 점에 화가 나 감정이 복받쳐 양팔을 잡고 흔들다가 (양모의) 가슴수술 후유증으로 인한 통증에 떨어뜨린 사실이 있다”면서도 “췌장이 끊어질 정도로 강한 충격을 준 사실은 없고 아이를 밟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피해자의 좌측 쇄골 골절과 우측 늑골 골절 등 일부 상해를 가한 것은 인정하지만, 뒷머리 가격으로 후두부를 골절시키거나 우측 발 부위를 가격해 우측 좌골을 골절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학대 사실을 알면서도 조치를 취하지 않아 방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양부에 대해서도 “아내가 자신의 방식대로 양육할 거라 믿었다. 일부러 방치한 게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인은 재판후 취재진에게 “양모가 아이를 떨어뜨리면서 아이가 의자에 부딪힌 것”이라며 “살인 혐의는 물론 아동학대치사 혐의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양부모가 아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수도 없이 이야기했고 재판부에 반성문도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양모의 살인죄 성립에는 고의성 입증이 관건이다. 피해자 복부에 넓고 강한 외력이 가해진 정황만 드러난 상황에서 검찰이 그런 충격이 발생한 경위를 입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다음 재판은 2월17일 열린다. 검찰은 법의학자와 양부모의 이웃 등 17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2월 생후 8개월 된 정인이를 입양한 뒤 그해 3월부터 10월까지 아이를 상습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하고 방치한 혐의를 받는다. 정인이는 그해 10월13일 췌장이 절단되고 복강 내 출혈 등 복부 손상을 입은 채 서울 양천구에 있는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다 숨을 거뒀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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