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0 뚫은 코스피, '공매도 부활'에 진격 멈출까

이혜영 기자 2021. 1. 1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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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개인투자자 반발 속 오는 3월 공매도 재개 방침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장치" vs "기울어진 운동장"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1월1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0.07%오른 3128.26에서 출발했고, 코스닥지수는 0.04% 오른 974.14에 개장했다. ⓒ 연합뉴스

연초부터 코스피가 진격의 상승세를 보이면서, 오는 3월 종료를 앞둔 '공매도 금지'를 둘러싼 논쟁도 격화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예정대로 공매도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당과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고심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금융위는 우선 불법 공매도 시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한 뒤 추이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를 반대하는 투자자들은 이같은 조치 만으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어렵다며, 공매도 금지를 연장한 뒤 더욱 강력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불법 공매도' 손질나선 당국

금융위는 13일 무차입 공매도를 포함한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과징금 조항을 신설해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만일 불법 공매도를 하다 적발되면 주문금액 범위 내에서, 공매도 이후 유상증자에 참여한 경우에는 5억원 이하 또는 부당이득액의 1.5배 이하에서 과징금이 부과된다. 또 불법 공매도 행위를 하다 적발되는 경우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불법행위에 따른 이익의 3∼5배를 벌금으로 내게 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고 시장 조성자 제도 등을 개선하는 방안 마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 공매도 금지 연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제도 손질'에 방점을 찍으며 '공매도 부활'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앞서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라디오에 출연해 동학개미를 '애국자'로 칭하면서 "근본적인 의심을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공매도가 재개된다면 시장의 혼란 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엄청날 것"이라며 오는 3월15일로 예정된 공매도 금지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용진 의원도 "제도적 손질을 했다고 하지만 현재의 공매도 제도는 불법행위에 구멍이 많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공매도 재개를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매도 부활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되면서 금융위가 공매도 금지 시한 연장을 결정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혼선이 커지자 금융위는 전날과 지난 11일 이틀에 걸쳐 "공매도 재개가 필요하다"는 공식 입장을 재차 강조하고 나서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혼란은 완전히 봉합되지 못한 상태다. 

한편에서는 코로나19가 장기화와 역대급 유동성이 증시로 몰려드는 상황에 더해 4월 재보선까지 맞물려 공매도 부활이 정치적 이슈로 확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공매도 재개를 고수하던 금융위가 시한 연장에 나서는 등 한 발 물러서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전날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공매도 금지 종료 일정을 기존대로 하겠다는 공지 문자를 발송한 데 대해 "공매도 재개 여부에 대해 정해진 것은 전혀 없다"며 "'동학개미'의 열정과 정치권의 의견, 세계 10위권인 한국 증시의 글로벌 위상과 경제 규모에 비춰 공매도 제도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월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1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개장식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선기능 제대로 봐야" vs "이대로면 곤란"

금융당국은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를 부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공매도의 주요 순기능 중 하나가 시장을 효율적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가격발견 기능'인데 이 부분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공감대가 부족해 반발이 따른다는 것이다.

금융위가 제도 개선안으로 그동안 사실상 공매도 참여가 불가능했던 개인들에게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꺼내든 것도 이같은 배경이 작동한 것이다.

또 외국인 자금 유입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공매도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한국 증시가 선진화되려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시장에 편입돼야 하는데, 공매도를 금지하면 선진시장에 편입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스피가 3000선 위로 올라오는 과정에서 동학개미의 역할을 두고 '빼앗긴 들을 찾았다'라고 표현한다"며 "그러나 여기서 한 단계 더 올리기 위해선 외국인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시각에도 일리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궁극적으로는 재개 방향이 맞지만 외국인에게 쏠린 공매도 시장을 어떻게 균형 잡을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은 공매도가 다시 재개되면 연초 3000 고지를 뚫고 3100선까지 훌쩍 넘은 코스피의 질주에 그야말로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금융당국의 미온적 대처로는 기관과 외국인들의 불법 공매도 행위를 막기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도 한국 증시 상황에 대해 "공매도 70% 이상을 외국인이 점유하고 있다"며 "외국은 공매도가 다 있는데 왜 우리나라만 금지하냐고 얘기하는데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만큼 공매도의 폐해가 심한 나라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매도를 재개하려면 금융당국은 공매도 주체들의 수익을 조사한 통계부터 공표해야 할 것"이라며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금융위에 따르면 2010∼2019년 10년동안 불법 공매도로 제재를 받은 금융투자사는 101곳으로 집계됐다. 불법 공매도로 시장을 교란했지만 이들 가운데 불과 45곳에만 과태료가 부과됐고 나머지 56곳은 주의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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