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제시액보다 더 큰 자체삭감..FA 등급제가 낳은 '신풍속도'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2021. 1. 1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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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키움 내야수 서건창이 지난해 9월2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3루로 뛰고 있다. 연합뉴스


키움 내야수 서건창(32)은 연봉협상 마지막날 오전 키움 운영팀장에게 문자를 보내왔다. “2억2500만원에 사인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지난시즌 서건창의 연봉은 3억5000만원이다. 금액으로는 1억2500만원, 비율로는 35.7%의 큰 금액 삭감이었다. 키움 김치현 단장이 구단의 삭감액보다 훨씬 컸던 서건창의 자체삭감을 놓고 1주일 생각할 시간을 줬을 정도로 놀라운 금액이었지만 결국 서건창의 연봉은 그렇게 결정됐다.

올시즌 KBO 리그 연봉협상의 주요요인으로 FA등급제가 새롭게 올라왔다. 2021시즌을 앞두고 처음 시행되는 등급제는 FA 대상자를 각각 A, B, C등급으로 나눠 서로 다른 보상체계를 적용하는 시스템이다. 안 그래도 시즌 후 연봉협상을 위해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는 선수와 구단, 에이전트에게 등급제는 새로운 화두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이용해 자신의 미래 가능성을 새롭게 도모하는 계약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13일 현재 10개 구단 중 키움과 KT가 2021시즌 소속선수들의 연봉협상 결과를 공개했다. 키움은 등록선수 전원을 공개했고, 주권이 연봉조정신청에 나선 KT는 주권을 제외하고 발표했다. 2021시즌을 마치고 FA대상자가 되는 예비 FA들의 계약내용을 분석하면 새로운 흐름을 알 수 있다.

키움에서는 올시즌을 마치고 내야수 박병호와 서건창, 투수 한현희가 FA가 된다. 서건창은 2억2500만원에 계약했고, 한현희는 지난해 연봉과 같은 2억9000만원에 계약했다.

FA 등급제는 팀 내 연봉순위 3위 이내 또는 전체 연봉순위 30위 이내 선수들에게 신규일 경우 A등급을 부여한다. A등급을 영입하는 구단은 원소속구단에게 보호선수 20인을 제외한 보상선수 1명에 연봉 200% 보상 또는 전년도 선수 연봉의 300%를 보상해야 한다. 반면 B등급이 되면 보상규모는 25인 보호선수 외 1명에 연봉 100% 또는 연봉의 200%로 줄어든다.

압도적인 실력으로 보상금액에 상관없는 활약을 했다면 관계없지만 준척급의 FA 선수들에게는 당연히 보상규모가 큰 A등급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거기다 등급도 낮고, 보상금액이 낮다면 타구단의 관심을 더 받을 수 있다. 지난시즌을 마치고 두산에서 SK로 이적한 최주환 역시 2억7000만원의 연봉으로 팀 내 다른 FA보다 연봉이 낮았다. 낮은 보상규모는 최주환의 4년 총액 42억의 디딤돌이 됐다.

따라서 선수들은 A등급과 높은 보상규모를 피하기 위해 자진해 연봉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삭감한 서건창은 물론 연봉이 동결된 한현희도 박병호, 이정후, 조상우 때문에 팀 내 연봉 3위에 미치지 못해 A등급을 벗어났다. 이러한 경향은 다른 팀의 연봉협상 결과가 공개되면 더욱 구체화될 전망이다.

키움 김치현 단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선수가 이렇게 삭감액을 크게 갖고 오는 것은 초유의 일인 것 같았다”며 “등급이 달라지면 보상규모가 달라지는 부분을 고려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이전트 역시 “등급제로 달라진 분위기가 확실히 선수들의 미래에 대한 셈법을 바꾸고 있는 것 같다”며 “구단들도 등급제의 취지를 잘 이해해주고 있어 공감대를 가지며 협상에 임했다”고 덧붙였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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