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촌 오거리 살인누명' 16억 배상 판결.."국가,승복해야"(종합)

송주원 2021. 1. 1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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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8월 전북 익산에서 일어난 이른바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돼 1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피해자 측에 국가가 총 16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선고공판을 마친 박준영(오른쪽) 변호사와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가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시스

"용납 못할 위법 수사"…수사 관계자도 3억 배상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이른바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1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에 측에 국가가 16억여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피해자를 대리한 박준영 변호사는 "인권 친화적 수사 관행이 자리 잡기를 바란다"며 재판 과정에서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은 경찰의 사과를 촉구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이성호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피해자 최모 씨와 그의 어머니, 동생 등 3명이 국가와 당시 가혹행위를 했던 경찰 반창, 검사를 상대로 낸 6억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기일을 열어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최 씨에 대해 국가가 13억 900여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억울하게 용의자로 지목된 이 사건 원고 2명에게도 각각 2억 5000만 원과 5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봤다.

이들 3명을 상대로 가혹 수사를 벌이고 무고한 최 씨를 기소하기까지 한 수사기관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수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선고됐다. 이날 판결에 따르면 당시 검사 김모 씨와 경찰 반장 이모 씨는 최 씨에게 2억 6000여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 최 씨의 가족 2명에게도 각각 5000만 원과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원고 최 씨를 여관에 불법 구금한 상태에서 임의성 없는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수시로 폭행하는 등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 사건 수사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도 무고한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과학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은 위법한 수사로, 국가가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판시했다.

수사 관계자 김·이 씨의 책임도 물었다. 당시 최 씨를 수사한 경찰 이 씨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부합하는 증거가 없음에도 증거를 끼워 맞춰 자백을 유도하는 등 수사기관으로서 용납 못 할 위법한 수사를 하고 잔인한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최 씨를 재판에 넘긴 검사 김 씨에 대해서도 "진범의 신빙성 있는 진술에 부합하는 다른 자료가 있음에도 면밀히 파악하지 않고 (진범에 대한) 경찰의 불기소 취지 의견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며 "담당 검사로서 권한을 행사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꼬집었다.

재판이 끝난 뒤 최 씨 측 대리인 박 변호사는 "청구한 금액과 주장한 불법 행위 대부분을 (재판부가) 다 인정하셔서 판결에 만족한다. 공무원 개인(수사 관계자)의 책임을 인정한 부분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라며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소송을 제기했고, 수사기관도 진실을 위해 인권 친화적으로 수사하는 업무 관행이 자리 잡는데 도움이 되겠다는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박 변호사는 "아쉬운 점은 피고가 대한민국인데, 대한민국 대리인이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나와서 굉장히 아쉽다. 재판 결과에 대해 국가는 아주 신중하게 불복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 과정에서도 최 씨를 진범이라 지목한 경찰 이 씨에 대해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김) 검사는 유감 정도의 의사 표시라도 했지만 당시 담당 경찰은 아직도 최씨가 진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선고 이후에라도 사과를 해줬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박 변호사에 따르면, 경찰 김 씨는 증인으로 법정에 나온 원고 최 씨 앞에서도 '진범이 맞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진범을 체포한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은 "이 자리 서기까지 18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언론과 국민 여러분께서 전폭적으로 많은 지원을 해주셨다.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온 것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황 반장은 "진범이 자백해 영장을 청구했는데 검찰에서 이유없이 기각하고 다른 경찰 수사 기록도 검찰에서 다 차단됐다"며 "이 사건을 덮어야만 모든 것이 조용히 끝난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의미는 한 개인의 인권을 찾아주고 새로운 삶을 살도록 도움을 준다는 것도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돼 1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 최모)사진_ 씨에 측에 국가가 16억여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뉴시스

이 사건 피고 최 씨는 지난 2000년 8월 10일 새벽 2시7분께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 유모 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 씨는 당시 15살이었다.

최 씨는 이 사건 최초 목격자였지만 당시 수사기관은 최 씨가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몰다 유 씨와 시비가 붙어 유 씨를 살해한 것으로 사건을 종결짓고 그를 기소했다. 1심은 최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고 이에 항소한 최 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으로 감형 받았다. 최 씨와 검찰 모두 상고하지 않아 최 씨는 10년 동안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뒤 2010년 만기 출소 했다.

재심을 청구한 최 씨는 만기 출소한 지 6년이 지난 2016년 11월 비로소 무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이후 최 씨의 사연은 영화 '재심'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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