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선박 억류 협상 '답보'..최종건 "증거 미제출, 용납 못해"(종합)

이국현 2021. 1. 1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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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일 방문 마무리..억류 해제 논의 지속
이란 측, 사법절차 진행..정부 "억류 해제" 촉구
이란 원화자금 활용 확대 방안 계속 협의키로
[서울=뉴시스]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이란을 방문한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이 모즈타바 졸누리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을 만나 우리 선박 억류사건 해결 및 국내 이란 원화자금 활용 등 양국간 관심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2021.01.1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이 이란 혁명수비대에 억류돼 있는 한국 선박과 선원 문제 해결을 위해 이란을 찾았지만 조기 해결이라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카타르로 향했다.

정부는 이란 측이 선박 억류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일주일 넘게 선박과 선원을 억류하고 있는데 대해 항의하고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란 측은 사법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선을 그으면서 한국에 동결돼 있는 원화자금 논의에만 골몰해 억류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외교부에 따르면 최 차관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이란을 방문해 세이에드 압바스 아락치 외교차관과 회담 및 업무 오찬을 가졌다. 이후 자리프 외교장관, 헤마티 중앙은행 총재, 하라지 최고지도자실 외교고문, 졸누리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 헤크마트니어 법무차관, 마란디 테헤란대 교수와도 연달아 만났다.

최 차관은 이란 지도층 인사들과의 면담에서 이란 측이 지난 4일부터 우리 선원과 선박을 억류하고 있는데 대해 엄중히 항의하고, 조속한 억류 해제를 요구했다. 현재 한국인 5명 등 20명의 선원이 승선해 있는 한국 국적의 화학제품 운반선 '한국케미'호는 이란 반다르아바스항에 정박해 있다.

최 차관은 이란 측 인사들에게 억류 조치가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에 직결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선원들이 안전한 상태에서 영사 접견을 포함해 충분한 영사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란 측 인사들은 한국 선박 억류 건이 해양 오염과 관련된 기술적인 사안이라고 주장하며, 공정하고 신속한 사법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선원들에 대해선 인도적 대우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영사 접견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최 차관은 억류 이후 일주일 이상이 지난 시점에서도 일말의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 것에 대해 용납할 수 없으며, 납득할 만한 구체적 증거를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또 신속한 절차를 통해 우리 국민과 선박에 대한 억류 해제할 것을 요구했다.

외교부는 이란 측이 환경 오염 문제에 대한 증거를 제시할 경우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되는지를 검토하기 위해 이번 출장에 국제법률국 관계자를 포함했다. 하지만 이란은 대표단이 이란에 머무는 기간에도 관련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이 억류 이유를 제시해야 국제법상 위반인지 아닌지, 타당한 이유가 있는지에 대한 평가 분석이 이뤄질 것"이라며 "이란이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 상황에서 안타깝게도 우리가 위반이다 아니다를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이란을 방문한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이 마흐무드 헤크마트니아 이란 법무부 차관을 만나 우리 선박 억류사건 해결 및 국내 이란 원화자금 활용 등 양국간 관심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2021.01.12. photo@newsis.com

특히 이란 측은 선박 억류 해제 문제에 선을 그은 채 한국 대표단을 향해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한국에 묶여 있는 이란 원화자금 해결을 공개 압박했다. 현재 국내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의 이란 중앙은행 명의 계좌에 묶여 있는 원화자금은 70억 달러(7조 6860억원) 규모로 전해졌다.

최 차관과 만난 이란 측 인사들은 한국이 미국의 제재를 이유로 원화자금을 부당하게 동결하고 있다고 거듭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최 차관은 한국과 미국 금융시스템이 상호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원화자금 활용 극대화를 위해서는 미국과의 협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란 측에 현실을 직시하면서 원화자금의 원활한 활용 방안 모색을 위해 적극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그간 우리 정부가 8차례의 한·이란 인도적 교역 워킹그룹 회의를 개최하는 등 의약품, 의료기기 등을 수출해 왔다고 강조하고, 이란 원화자금 활용 확대 방안을 강구해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한편 최 차관은 지난 11일 억류 중인 한국케미호의 선장과 통화하고, 제3국 선원을 포함해 선원들의 안전을 확인했다. 12일에는 이란 측과의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현장대책반 회의를 주재하고, 현장에서의 우리국민 보호 체계를 재점검했다.

외교부는 "각계 지도층 인사들과 다각적인 협의를 통해 한·이란 양국은 유구한 우호 관계를 바탕으로 당면 과제를 신속하고 건설적으로 해결하는데 노력해 나가자고 한다"며 "이번 방문을 토대로 이란과 선박 억류 해제를 위한 논의를 지속하는 한편 이번 사안이 해결될 때까지 우리 선원들에 대한 영사 조력을 적극 제공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날 카타르로 넘어간 최 차관은 고위급 인사들을 면담하고, 우리 기업 진출 확대 등 양국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한 뒤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lg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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