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하게 섬세하게"..나경원, 운동화 신고 서울시장 출마 선언

국민의힘의 '간판 여성 정치인' 나경원 전 의원이 9개월 만에 현실 정치로 돌아왔습니다.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정치적 명운을 걸고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나 전 의원은 지난해 4·15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서울 동작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했습니다. 민주당의 여성 신인(이수진) '저격 공천'에 당한 것입니다.

정치적 타격을 입은 나 전 의원은 이후 서울시장 재도전해 당권 도전 등의 선택지를 놓고 재기를 모색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10년 전 자신에게 패배를 안겼던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으로 치러지는 이번 보궐선거 출마 문제를 두고 고민을 거듭했다는 후문입니다.

나 전 의원이 장고 끝에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것은 '정권교체의 주춧돌'을 놓으려면 서울시장 보선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당내 요구에 부응한 측면이 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는 오늘(13일) 출마선언문에서 "국민들의 경고와 분노에도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은 전혀 반성하고 변화할 줄 모른다"며 "반드시 야권의 서울시장 선거 승리로 불의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공정과 정의를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여 투쟁의 선봉에 섰던 '소신의 정치인'이자 '두 자녀의 엄마'인 자신이야말로 이번 선거의 필승 카드라고 주장했습니다.

나 전 의원 입장에선 출마를 위한 환경도 때마침 만들어졌습니다.

그는 자신과 가족을 둘러싸고 제기됐던 '원정출산' 등 각종 의혹과 검찰 수사의 부담을 지난해 말 모두 털어냈습니다.

얼마 전 종편 예능프로 '아내의 맛' 출연도 좋은 기회였습니다. 장애를 가진 딸과의 일상을 담백하게 보여준 장면은 호평을 얻었습니다. '생얼(민얼굴)'을 노출하면서 10년 전 '1억 원 피부과' 네거티브의 트라우마도 극복했다는 평가입니다.

그러나 화려한 엘리트 이미지에서 파생된 '안티세력'이 여전히 많다는 점은 부담입니다. 상대방이 친일 프레임을 씌우면서 붙인 '나베'라는 별칭이 다시 소환될 가능성이 큽니다.

나 전 의원 측은 "이미 반대 진영에서 여러 차례 소비했던 카드들이라 유권자에게는 오히려 식상하고 반감만 불러올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잠재적 경쟁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의 경선, 현재 지지율 선두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단일화 등 넘어야 할 관문도 만만치 않습니다.

나 전 의원은 "누군가는 모호한 입장을 반복할 때 저는 높이 투쟁의 깃발을 들었다", "쉽게 물러서고 유불리를 따지는 사람에겐 이 중대한 선거를 맡길 수 없다"는 말로 경쟁자들과 자신을 대비시켰습니다.

그는 '섬세하고 독한 리더십'을 자신의 강점으로 꼽습니다. 이날 이태원 '먹자골목 삼거리'에서의 출마선언 단상에도 '독하게 섬세하게'라는 표어를 붙였습니다.

나 전 의원은 청년 자영업자들과 대화하면서 눈길을 걸어와 단상에 섰습니다. 이들 주변에는 '코로나 사태'로 폐업하거나 문을 열지 않은 상점들이 즐비했습니다. 그는 검은색 운동화 차림이었습니다. 2019년 국회 '패스트트랙 사태' 때와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기자들에게 "이번 서울시장 임기는 딱 1년이다. 지금은 서울이 위기 상황이다. 독하고 강인한 리더십이 필요하고, 위기를 극복하고 구석구석 살펴야 한다"며 "시장실이 필요 없는 시장이 되겠다. 운동화를 신고 곳곳을 누비겠다"고 말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